산림보호가 엄격한 팔공산 도립공원내에서 아름드리 나무들이 환경개선 사업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벌목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논란을 사고 있다.
9일 오전 11시쯤 경북 영천시 청통면 산 25-1번지 은해사 운부암 인근. 사찰 사유지인 이곳 산비탈 곳곳에는 소나무 군락 사이로 아름드리 참나무들이 전기톱으로 잘려 토막이 난 채 잘린 나뭇가지와 함께 쌓여 있었다.
이 일대는 영천시가 집단 군락을 이루고 있는 송이버섯의 생육을 돕기 위해 지난해 7~12월 간벌 사업을 벌인 곳. 산림청 지침에는 간벌 대상이 15~20년생 미만, 직경 6~10cm가량의 활잡목이나 참나무이지만 이곳은 30~50cm 굵기의 참나무 수십여 그루가 잘려나가 있었다. 이곳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간벌 작업 때 인부들이 크고 작은 나무를 마구 패내는 것을 봤지만, 관리사무소측에서 허가가 났다고 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영천시 산림당국과 팔공산 도립공원 관리사무소는 서로 책임만 떠넘기는 형편이다.
영천시 산림과 관계자는 "간벌사업 당시 수령이 오래된 나무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며 "무단벌목이 있었다면 관리사무소에서 모를리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관리사무소측은 "과도한 간벌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지난해 영천시에 송이산 환경개선 사업 협의 의뢰를 내줬다"며 "민원이 제기돼 지난 8일 영천시에 원인규명을 의뢰했다"며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등산객 이관식(60)씨는 "일반시민이 도립공원내에서 조그만 산림훼손라도 하면 큰 처벌을 주는 지자체가 이처럼 산림훼손을 방조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츟@imaeil.com
사진:경북 영천시 팔공산 도립공원내 은해사 운부암 일원에서 아름드리 나무들이 무단으로 잘려져 나가 있다.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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