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민주 소장파, 탄핵 찬성 '기우뚱'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미묘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에 미서명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탄핵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한나라당 소장파로 꼽히는 권오을·권영세·남경필·원희룡·전재희·정병국 등이 '조건부 탄핵찬성'으로 U턴했다. 이들 6명은 10일 공동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면 탄핵 철회를 위해 당 지도부를 설득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탄핵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장파들이 조건부 찬성으로 돌아선 데는 당 지도부의 설득 노력이 컸다. 당 총무단 자체 조사에 따르면, 소속 의원 144명 중 130명 정도가 탄핵 찬성 입장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탄핵소추발의 의원(108명) 수보다 20여명 늘어난 셈이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실제 표결에선 하나로 묶어질 것"이라며 "가결에 필요한 180석 확보에 큰 무리가 없다"고 자신했다. 최 대표는 또 11일 상임운영위원회에서 "탄핵 처리 당론을 어기면 출당조치는 물론, 공천권을 박탈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그러나 탄핵 철회와 찬성 양쪽에서 오락가락하는 이들을 두고 시선이 곱지 않다. 결정적인 때마다 소장파의 '소신'이 '당론'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난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입장변화가 당내 복잡한 내부사정을 반영한 것이었다 해도 '항상 말이 앞선다'는 지적에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소장파를 빼고도 하순봉·이완구 의원 등도 찬성쪽에 가담, 당 총무단의 얼굴을 밝게 했다. 그러나 당초 서명에 동참한 김만제(金滿堤) 의원과 주진우(朱鎭旴) 의원은 "본뜻이 잘못 전달됐다"며 탄핵 반대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17대 총선에 불출마했다.

민주당도 심재권(沈載權) 의원 등 소장파 일부에서 이탈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거부하면 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민련은 "탄핵은 최후의 수단(김종필 총재)"이라며 줄곧 신중론을 제기해, 사실상의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운영(柳云永) 대변인은 "소속 의원 10명 대부분이 본회의 표결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인제(李仁濟) 의원만 "(대통령의) 악몽에서 빨리 깨어나는 게 좋다"며 찬성의 뜻을 밝히고 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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