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통단속조항 무려 63개...세계최고 수준

'나도 헷갈리네요…'.

교통법규 위반으로 단속되는 행위가 지나치게 많은 데다 중복된 부분도 적지않아 운전자는 물론 단속에 나서는 교통 경찰관까지도 혼란을 겪고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규정된 운전자의 교통위반 행위는 무려 63가지. 범칙 행위를 지난 84년 이후에만 무려 10여 차례 이상 땜질 식으로 개정하다보니 경찰관마저 "이런 단속 조항이 있었나"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가 됐다.

교통 범칙행위가 중복 규정된 항목 중 대표적인 것은 주.정차에 관한 것. '정차.주차 금지 위반' 조항(21조)이 있는데 '주차금지 위반'(22조), '정차.주차 방법 위반'(23조) 등으로 비슷한 항목이 되풀이되고 있다.

또 '신호.지시위반'과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 '속도 위반(20km/h이하)'과 '최저속도 위반', '앞지르기 방법 위반'과 '앞지르기 금지시기 위반' 등도 혼동되는 범칙 항목이다.

단속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범칙 조항도 상당수다.

직진.우회전차의 진행을 방해하거나 급발진.급가속, 엔진 공회전, 반복적.연속적 경음기 울림으로 인한 소음발생 행위, 긴급 자동차에 대한 피양.일시정지 위반 등도 경찰의 교통스티커 발부 조항에 속하지만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서행의무 위반이나 급제동 금지 위반, 진로양보 의무 불이행, 등하 점등.조작 불이행 등도 실질적인 단속에서는 제외되는 사항들.

이에 따라 도로에서 단속에 나서는 경찰관들도 범칙금 규정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

교통 경찰관들은 "실제로 발부되는 교통스티커는 신호.속도위반, 음주운전, 안전벨트 미착용 등 대여섯 종에 불과하다"며 "63개 조항을 제대로 외우는 경찰관 수도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교통안전공단 장상호 교수는 "다른 선진국은 범칙 조항 수가 우리의 절반 내외로 알고 있다"며 "이처럼 종류를 다양하게 망라해 놓은 교통법규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또 "일본의 법규를 가져와 사용하면서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수정을 거쳤을 뿐 제대로 정비한 적이 없어 사실상 사문화된 법규가 많은 때문"이라며 "교통범칙금은 안전운전을 위해 부과되는 것인데 단속을 위한 단속에만 치중, 단속 실적이 일부 교통범칙 항목에 국한되는 현상도 나타난다"고 덧붙엿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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