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일 신용불량자 제도를 앞으로 2년 후쯤
폐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낮 과천 정부종합청사 인근의 삼계탕 전문점에서 기자들과 오
찬 간담회를 갖고 "신용불량자 제도를 2년쯤 후에 폐지하고 선진국처럼 개인 신용평
가(CB) 체제로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용 정보가 무료이다 보니 금융기관들이 귀하게 다루지 않고 기계적으로
신용불량자로 등록시키는 등 체제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민간 신용평가회사들
이 경쟁적으로 정보를 취합한 뒤 질적으로 평가하는 체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금 정보는 비밀로 보장되는데 신용불량자 정보는 아무나 보는 것은 인
권 유린"이라고도 비판했다.
그는 또 "그 전에라도 신용불량자 문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현재의 일괄적인
신용 불량 등록 기준(30만원 이상, 3개월 이상 연체)과 제재 조치를 개편할 것"이라
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신용불량자 대책의 핵심인 배드뱅크를 통해 연내 40만명을 해결한다
는 계획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신용불량자들을 동원해서라도 처
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또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배드뱅크 대상자를 기존의 신용불량자로 못
박고 지금 이후에 연체가 시작되는 경우는 배제하도록 했다"고 강조하고 "신용불량
자가 200만명 수준으로 떨어지면 이 같은 대책이 다시 나올 리가 없다는 점을 감안
해 현재 연체자가 아닌 사람들은 연체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부총리는 일부에서 이번 대책이 총선용 작품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데
대해 "타이밍을 놓치면 신용불량자들이 아예 기대를 잃게 되기 때문에 더 늦춰서는
안된다"고 해명했다.
그는 "배드뱅크 아이디어는 투자은행 등과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됐으
며 산업은행-LG투자증권 주도의 공동 채권 추심 프로그램처럼 이상하게 꼬여 있지
않고 국제 기준에 맞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드뱅크 운영을 이성규 국민은행 부행장에게 맡기기로 한 것은 치밀함과
문제 해결을 위한 상상력이 필요한 작업인 데다 사안이 시급해서 적절한 인물을 따
로 찾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LG카드의 경우 시장 관계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구조조정 전문
가'라는 브랜드가 있는 박해춘 서울보증보험 사장을 기용한 것"이라고 밝히고 "싫다
는 사람들을 끌어와서 쓴 것인데 이헌재 사단의 독주라고 지적하는 것은 어불성설"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소문내지 않고 중소기업들을 둘러봤는데 인력난이 무척 심하더라"
고 전하고 "이중 생산성 부족으로 임금을 많이 주지 못해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기
업에는 미국 등과 같은 보조금 제도나 세액공제가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또 전에는 전경련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요즘에는 정반대
로 일을 벌리라고 하는 것은 시각의 변화 때문이냐는 질문에 "전경련이 더 이상 대(
對) 정부 협상 창구가 아니라 싱크탱크가 되겠다고 하고 있고 상황도 많이 변했다"
고 해명했다.
그는 "과거 외환 위기 때에는 물살이 험한 해협을 벗어나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
으므로 전략만 잘 짜면 됐는데 지금은 망망대해와 같아서 방향을 정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각자 의견이 많아서 훨씬 힘들다"고 취임 한 달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SK-소버린 사태에 대해 "할 말이 꽉 차 있지만 민감한 시기이므로 참겠다"
고만 말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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