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키로 한 11일 오
후 들어 국회는 곳곳에서 2야와 열린우리당간의 충돌위기 상황이 발생하는 등 준
전시상태를 방불케 했다.
각당은 이날 오후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동원가능 의원숫자를 재확인하고 탄핵
안 처리 또는 저지전략을 최종점검하는 등 결전을 앞둔 마지막 전열을 정비했다.
또 각당 총무단은 본회의 예정시간인 오후 2시를 앞두고 속속 국회의장실로 몰
려가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 확보전에 나서는 등 긴박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본회의장 탄핵안 투표준비 완료==
0...이날 본회의장에는 투표함과 명패함 각 2개씩이 설치되는 등 무기명비밀투
표에 의해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실무 준비는 완료된 상태였다.
또 본회의장 양측면에는 기표소까지 설치되는 등 열린우리당측도 투표준비 단계
까지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본회의장 주변에는 이례적으로 1백여명의 외신기자들이 몰려 헌정사상 유
례없는 탄핵 사태에 대한 국내외의 지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 한.우 박의장 선점 경쟁 =
0...박관용 의장의 사회권 확보 여부가 탄핵안 처리의 최대 변수중 하나로 등장
한 가운데 오경훈 이승철 박창달 윤경식 서병수 김성조 의원 등 한나라당 부총무단
이 국회의장실로 몰려왔으나 박 의장은 외출중이었다.
이들은 의장 부속실에 모여서 박 의장을 기다렸으나, 오후 2시께 김부겸 이우재
장영달 김희선 이부영 신기남 김덕규 이창복 홍재형 의원 등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들이 뒤따라 도착하면서 의장실은 일순간 일촉즉발의 긴장상태에 돌입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비어있는 의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접견테이블에
앉아 농성에 돌입하면서 양측간의 정면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기자들에게 "노 대통령이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경고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잘못 알려진 것"(신기남) "친인척 비리의혹
부분은 누누이 사과했다"(장영달)고 말하는 등 탄핵안의 부당성을 설명하는데 치중
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의장실을 선점하자 밖에서 기다리던 한나라당 의원들도 "
의장실 주인이 없는데 들어가도 되느냐"고 고성을 내며 의장실로 몰려와 열린우리당
의원들 옆 테이블에 앉는 등 신경전을 계속했다.
= 박 의장 전직총리 의견수렴 =
0...박관용 의장은 이날 오전 9시 10분께 정상출근해 집무실에서 TV를 통해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시청한 뒤 오찬모임 참석차 외출했다.
박 의장은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남덕우 강영훈 박태준 이홍구 전 총리와 오찬
을 함께 하면서 탄핵안 처리 문제 등 현 정국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고 의장실 관
계자가 전했다.
박 의장은 오찬회동 이후 국회 근처 모처에 머물며 각당 의원총회와 의장실 상
황을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장실 관계자는 "박 의장은 국회내 상황이 좀 정리돼 회의진행 준비가 되면 들
어갈 것"이라며 "절대 본회의 진행을 피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2야 의원총회 출정식 방불 =
0...본회의 개회에 앞서 열린 각당 의원총회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한 듯 전쟁
에 나가기 앞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한나라당 의총에서 홍사덕(洪思德) 총무는 "노무현 정권이 1년만에 정권의 성격
을 바꾸려 하면 우리는 의회민주주의와 헌정수호에 나서야 한다"며 "반드시 표결을
강행하고 노 대통령을 의회에서 반드시 탄핵하도록 하자"고 분위기를 돋구었다.
이어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지금은 비유하면 전쟁과 흡사한 상황"이라고 목소
리를 높였고, 두 사람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수로 호응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보도진들을 물린 가운데 비공개로 회의를 갖고 열린우리당의
저지선 돌파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숙의했다.
민주당 의총도 같은 분위기였다. 유용태(劉容泰) 원내대표는 "박 의장에게 본회
의가 정상운영되도록 질서유지를 강력히 요청했다"며 "해외에 있는 의원들도 가자마
자 돌아오고 있으므로, 날밤 샐 각오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배기운(裵奇雲) 의원도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탄핵에 반대했던 국민들도 돌
아서고 있다"고 고무됐으며, 정균환(鄭均桓) 의원은 "의원총회에 불참한 의원들에
대해 불참사유와 소재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야당 표결 '1차시도' =
0...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오후 4시께 의원총회를 마치고 본의장에 들어
갔으며,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도 본회의장에 입장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해
야한다"고 주장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의장석을 점거한채 개의를 막아 일단 대치상태
가 이어졌다.,
먼저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후 4시10분께 본회의장에 입장했으며, 한나라당 정의
화(鄭義和) 수석부총무는 "현재 당소속 124명이 본회의장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2분뒤인 오후 4시12분께 민주당은 박종우(朴宗雨) 이정일(李正一) 정철기(
鄭哲基) 의원을 필두로 입장하기 시작했고,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43명이 본회
의에 출석한 상태며, 옥중에 있거나 외유중인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참석할 것이다"
고 말했다.
전갑길(全甲吉) 의원은 "가결정족수가 넘어섰다고 당에서 보고하더라"며 "대통
령의 기자회견이 악재가 됐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오후 4시25분께 국회 방호원 7-8명의 호위를 받은채 본회의장에 입장
해 의장석에 앉으려고 했으나,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장영달(張永達) 김희선(
金希宣) 김덕배(金德培) 의원 등이 강력히 저지해 일반 의원석에 설치된 본인 자리
에 앉아 일단 사태추이를 지켜봤다.
박 의장은 의장석 아래 발언대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나는 대한민국 국회의장
이다. 내가 맡은 역할을 끝까지 수행해야한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소집되고 적
법한 절차에 따라 회부된 안건은 처리해야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어 "나를 이런식으로 막는다면 이 자리에서 밤을 새겼다"며 "이렇
게 의장석을 점거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내려와야하며, 만약 끝까지 점거한다면
자위권을 을 발동할 수밖에 없다. 10분의 여유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로 '환영'했으며,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
야유'를 퍼부었다.
==우리당 표결저지 '전의' 다져==
0...사흘째 본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일찌감치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께부터 본회장에 속속집결, 표결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다
졌다.
우리당은 야당의 기습표결에 대비해 의장실 담당과 본회장내 의장단상으로 이어
지는 통로 2개를 막는 2개조 등 모두 3개조 편성해 역할 분담을 했고, 최후의 보루
인 의장석은 김희선(金希宣) 의원이 앉는 것으로 전술을 짰다.
특히 원내대표실, 정책위, 의원 보좌진 등 50여명은 본회장 입구 로텐더홀(중앙
홀)에서 야당이 물리력을 이용해 표결을 할 경우에 대비해 진을 치고 대기하는 등
본회의장 주변에는 전운마저 감돌았다.
1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중국 출장중인 이해찬(李海瓚) 의원은 당초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이날 오후 급거 귀국해 본회의장 검거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는 "1930년대 합법적으로 집권했던 나치즘을 뒤따라선
안된다"며 "국민분열을 초래하고 우리나라를 갈등과 투쟁으로 몰아 넣을 수 밖에 없
는 탄핵안 표결을 단호히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정세균(丁世均) 정책의장과 정동채(鄭東采) 배기선(裵基善) 최용규(崔龍圭) 송
영길(宋永吉) 유시민(柳時敏) 정장선(鄭長善) 김성호(金成鎬) 문석호(文錫鎬) 의원
등 20여명은 의장석으로 올라가는 좌우통로를 점거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정동영(鄭東泳) 의장과 이부영(李富榮) 상임중앙위원, 천정배(千正培) 의원 등
은 본회의장 안에서 삼삼오오 모여 야당의 탄핵표결 추진에 따른 전략 등을 숙의하
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의장은 어디에 가있는 거냐"면서 "야당이 가결정족수가
안돼 시간을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본의장에 농성중인 의원들은 남상국 전 대우건설사장의 투신사건이 탄핵정국에
미칠 영향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남 전사장에 대해 언급한 직후 투신해 의원들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의원들은 남 전사장의 투신사건에 대해 노 대통령의 사과 필요성 등을 주
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의장 2차 진입 시도==
0...박관용 의원은 당초 공언한대로 1차시도 10분 후인 오후 4시 30분께 의원석
에서 의장석 진입을 시도했으나 열린우리당 김부겸 이부영 임종석 의원 등이 합세해
통로를 막았다.
이에 박 의장은 "나는 내 자리에 앉을 때까지 싸운다. 무슨 이유로 의장이 의장
자리에 못앉게 하느냐. 완력으로 하겠느냐"고 호통을 쳤으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물러서지 않자 "내 몸에 손대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의 신경전도 이어졌다.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은 "나
라가 한나라당과 민주당 마음대로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한나라당 윤두환 의
원은 "장 의원, 말 조심해"라고 응수했다.
이어 "왜 회의도 못열게 하느냐"(한나라당 심재철 의원) "심재철, 입 다물어"(
우리당 유시민 의원) "이 시대가 얼마나 어려운데 형식논리를 펴느냐"(우리당 김희
선 의원) 는 등의 설전이 이어졌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 및 국회 직원들의 엄호를 받으며 열린우리당 의원
들과 한동안 대치하던 박 의장은 본회의장 한편에 설치된 국무위원석으로 자리를 옮
겼다.
같은 시각 의장석 주변에는 열린우리당 정장선 이해찬 천정배 정세균 정동채 배
기선 최용규 송영길 유시민 김성호 문석호 의원 등 20여명이 겹겹이 둘러싸고 박 의
장의 접근을 차단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의석에서 대기하며 양측간의 지
리한 공방을 예고했다.
국무위원석에 앉아있던 박 의장은 40여분뒤인 5시13분께 다시 의장석 아래 발언
대로 자리를 옮겨 재차 의장석을 비워줄 것을 열린우리당측에 요청했다. 그는 마이
크를 잡고 "우리당에서 대화를 좀더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여러 요구가 많이 있
다. 어떤 요구도 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내가 의장자리에 앉겠다는 요구를 묵살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
는 일"이라며 "계속 이러면 어떤 조치라도 할 것이다. 열린우리당에게 의장석에 앉
을 수 있도록 조치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거듭 촉구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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