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무정지 노대통령 신분 >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안이 의결됨으로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신분

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우선 국회 법사위원장이 탄핵의결서 사본을 대통령에게 보내면 그 즉시 노대통

령의 권한과 직무는 정지된다. 헌법재판소 심판이 있을 때까지 최장 6개월 동안 직

무가 중지된다.

즉 헌법에 보장된 국가원수로서의 지위, 집행부 수반으로서의 지위 등 두가지를

모두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는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할 지위 ▲국가와 헌법의 수호

자로서의 지위 ▲국정의 통할.조정자로서의 지위 ▲타헌법기관 구성권자로서의 지위

등으로 구성된다.

집행부 수반으로서의 지위는 ▲집행의 최고지휘권자, 최고책임자로서의 지위 ▲

집행부 조직권자로서의 지위 ▲국무회의 의장으로서의 지위로 압축된다.

앞으로 대통령의 직무는 고 건(高 建) 국무총리가 대행하게 되고, 고 총리는 총

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지위를 겸하게 된다.

그러나 워낙 미증유의 사태라 권한이양에 관한 구체적인 선례가 없어 청와대 비

서실은 최규하(崔圭夏) 전 대통령 권한대행 당시의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대통령 탄핵안 의결의 효과를 놓고 "헌법 제71조의 '궐위시'와 같은 효과

가 나타난다"는 의견과 "탄핵은 곧 파면을 의미하지만 권한정지 상태는 대기발령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견해로 나눠진다.

하지만 헌법에 보장된 국군통수권, 계엄선포권, 조약의 체결과 비준, 외교사절

의 신임.접수.파견 등 대통령 권한은 총리에게 모두 넘어간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공무원을 임명하지 못하고 국무회의를 소집하거나 주재할

수도 없으며 국회에 출석해 발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처 순시와 보고 청취 등

통상적 국정수행도 불가능해진다.

부처님 오신 날(5월 26일)로 예고된 임동원(林東源) 전 국정원장 등 대북송금

관련자들에 대한 특별사면 조치도 사실상 어렵게 된다.

한마디로 탄핵심판이 내려질 때까지 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숨죽이고 지낼 수

밖게 없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의 신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업무수행은 중단되지만 당장

청와대를 떠날 필요도 없고 관저에서 생활하게 된다. 월급은 계속 받게 되고 경호,

의전을 비롯한 신분 관계도 계속 유지된다.

다만 경호실 기능은 노 대통령과 고 총리에게 분산될 것이라는게 청와대측 판단

이다. 따라서 고 총리에 대한 경호는 지금에 비해 훨씬 강화된다.

다만 대통령 비서실의 기능정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둘로 갈린다. 대통령 권한정

지와 함께 비서실 기능도 자동 정지되고 총리 비서실이 기능을 대신한다는 견해와

청와대 비서실이 대통령 권한대행인 총리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측과 헌법학자들의 판단은 대체로 후자쪽이다. 청와대 비서실이

대통령 권한대행의 보좌업무를 맡게 되는 만큼 비서실은 권한대행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국무위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통령 권한대행도 법률적으로는 모든 권한행사가 가능할지는 몰라도 적

극적인 행위를 할 수 없다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헌재 결정으로 대통령이 언제 복

귀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 행사는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은 "가령 총리가 인사권을 행사, 장관과 청와대 수석.보좌

관 등 요직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고 현상유지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

그만큼 공무원의 '복지부동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고 밝혔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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