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하게 살아가시던 주위의 어르신이 어느 때부터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본다.
그러면 사람의 일생이 허망하게만 느껴진다.
오래 살기보다는 잘 늙는 것, 그래서 일생을 원만하게 스스로 마무리하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100수를 누리는 것은 수명이 길어진 오늘날에도 흔치 않는 일이다.
정신이 꼿꼿한 100수는 더 희귀하다.
100살 노인이 책을 쓸 수 있을까? 모로하시 데츠지(諸橋轍次). 세계에서 가장 방대하고 정확하다는 '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을 펴낸 분이다.
동양학을 공부하는 사람 중에서 이 사전의 은혜를 입지 않은 경우가 드물 것이다.
파란만장했던 편찬 과정을 적은 서문은 후학들에게 크나큰 감명을 주면서 공부하는 자세를 가다듬게 한다.
이 석학이 100살 때 쓴 책이 '공자 노자 석가'(동아시아)이다.
그것도 아주 독특한 서술 형식이다.
공자·노자·석가 세 성인이 중국의 여산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사회자가 있고 진행을 보조하는 학생도 등장한다.
'좋아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생과 사는 무엇을 말합니까?'. 이런 비근한 주제로부터 공(空), 중용, 인, 자비, 천명, 윤회 등 세 종교의 핵심 주제들까지 다룬다.
사회자가 질문을 하면 세 성인이 답변을 하거나 성인들이 서로 묻고 답하는 형식이기에 난해한 사상이 쉽게 녹아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저자가 유교와 도교 쪽을 주로 공부한 분이기에 불교에 대한 설명이 다소 빈약하기는 하지만, 세 영역의 가르침은 묘하게 서로 비교되고 연결되어 일상의 지혜로 전환되는 것이다.
세 영역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만을 갖고 있거나 그 지식을 자기의 일상생활과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소중한 인생 길잡이 노릇을 해 줄 것이다.
지식이 아름다운 인품 보다는 교활함을 생성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 책을 읽어가노라면 진정한 지식이란 결국 생활 상식과 이어져 마침내 삶의 철학으로 무르익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나온 1982년, 다음과 같은 저자 후기를 유언처럼 남기고 죽었다.
'미천한 지식, 충분히 갖추지 못하여 예의에 벗어난 점 많을 것이다.
세상의 유식한 교시(敎示)를 받들어 모시고 싶다'.
이강옥 영남대 교수.국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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