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스만 제국은 왜 몰락했는가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의 3대륙에 걸친 광대한 영토를 지배하면서 600년을 버티다 1923년, 무스타파 케말에 의해 해체된 오스만 제국. 그렇지만 이 제국은 아직도 역사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구 소련 붕괴와 함께 태어난 중앙아시아 일대 신생국가들은 종교상 이슬람교가 압도적이며, 그 뿌리가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 닿는다.

또 코소보 사태를 비롯한 발칸반도 분쟁, 레바논 내전, 팔레스타인 및 쿠르드족 문제, 체첸 사태 등의 이면에는 늘상 오스만 제국이라는 유령이 어른거린다.

제국은 비록 망했으나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실체인 셈이다.

#망했지만 아직도 살아 숨쉬는 역사

영국 역사가 앨런 파머(78)가 쓴 '오스만 제국은 왜 몰락했는가'는 오스만 제국이 몰락해 가는 과정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는다.

오스만 제국 600년사 중에서도 후반기 200년에 치중하는 이 책의 프롤로그는 다음과 같은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1453년 6월,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이 투르크인들에게 함락됐다는 소식이 크레타 섬에 전해지자 그곳 한 수도원 서기는 '지금까지 이보다 더 끔찍한 사건은 없었으며 앞으로도 결코 없을 것이다'라고 기록했다".

이 책은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하고 동로마 제국을 멸한 시점에서 이야기를 프롤로그로 내세우고는 1683년 오스트리아 빈 공략 실패와 그것이 초래한 역사로 본문을 시작한다.

패배를 몰랐던 오스만 제국이 빈 공략에 실패함으로써 한 때 '하늘이 내린 공포'로까지 통했던 제국이 와해되는 길을 걷게 되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이 사건 이후 제국은 서구 기독교와의 전쟁에서 이겨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이슬람 내부의 성속(聖俗)간 충돌, 서구화를 위한 개혁과 보수세력간 갈등, 다민족 분쟁에 얽힌 제국 내의 쟁투 등을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제국의 초상' 유럽열강에 일그러져

그러나 이 책은 저자가 영국인이란 '한계'도 노출하고 있다.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오스만인들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데다 오스만 제국의 초상이 마치 유럽열강들의 선심 덕에 간간이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환자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터키학 전공자인 역자는 "이런 편향성을 역으로 이용해 그들의 정신세계를 우리의 시각으로 다시 한 번 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한다면 이 책이 지닌 장점은 더욱 빛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