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고속철도

4월이면 대구에도 고속 철도가 온다.

원래 고속 철도는 서울, 대전, 대구, 부산을 빠른 속도로 연결하고 미래에는 평양 북경 시베리아까지도 연결하는 국책 사업으로 비롯되었다.

그런데 고속철도는 남북 관계의 진전이 늦어지는 관계로 동북아 연결 철도로서의 의미는 퇴색한 채, 비좁은 남한의 도시들을 연결하는 저속 철도로 변해가고 있다.

철도가 지나가는 도시마다 고속 철도 정거장을 설치해 달라고 난리다.

결국 고속철도는 기존의 새마을 열차를 조금 더 빠르고 고급형으로 대체하는 식의 운송수단이 되었다.

서울 대구 간 요금이 4만원 정도 할 것이라고 하니 철도 이용객으로서는 여간 부담이 큰 것이 아니다.

고속철도 요금을 비싸게 하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철도 건설비이다.

특히 대구의 경우에는 일부 인사들이 초기부터 고속철도의 지하화를 주장하고 나서는 바람에 철도 건설 비용과 위험 확대 가능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약 30킬로 미터의 지하터널, 1킬로미터의 지하정거장, 지하 수십 미터를 에스컬레이터로 오르내리는 비용과 불편을 생각해 보자. 더구나 대구는 2차례에 걸친 지하철 사고로 인하여 지하 교통에 대한 공포감이 극도에 달해 있으며, 지하 공간 위험 발생 시 재해를 막을 수 있는 행정적 기술적 대책도 허술하다.

프랑스의 고속철도는 유럽 전역의 도시를 연결하지만 문화재 파괴 우려가 있는 특정 도시를 제외하고는 전 구역이 지상으로 연결되고 있다.

4월부터 대구에 오는 고속철도는 기존 철도망을 이용하여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소음 방지 시설을 철저히 하면 철도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 대한 소음 피해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줄일 수 있다.

또 고속철도가 대구를 둘로 나눈다는 일부의 주장도 억지이다.

이미 기존철도와 금호강이 대구를 가로지르고 있으며, 서울에도 철도와 한강이 도시를 이등분하고 있지만 생활에 지장이 없다.

굳이 기존 구간을 거부한다면 금호강을 따라 유통단지에 새 정거장을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 보자.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고속철도 지하화를 포기하는 대신 그 비용을 지역 경제 회생을 위한 투자로 유치하고 건강한 상식에 의한 국민적 합의에 동참하는 것이 대구를 '왕따'로 취급하는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전영평(대구대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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