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2000년 오류인식)'로 인한 불안감이 사람들을 덮쳤던 지난 1999년. 미국 정부가 구성한 'Y2K' 위기대응팀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컴퓨터시스템의 오류로 발생할 수 있는 전기, 물, 식품, 연료 등 위기 대책을 마련하는데 성공했지만 딱 한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인간의 배설물 처리였다.
이 위기대응팀에 자문을 했던 조셉 젠킨스씨가 쓴 '똥 살리기, 땅 살리기'가 대구의 환경운동.학술단체인 녹색평론사에 의해 최근 발간됐다.
인분퇴비를 20년 넘게 직접 실천해온 저자는 인분 등을 버리는 데 급급해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병원성 생물'이 된 인류와 이를 바탕으로 한 서구문화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저자는 인분에 대한 아시아와 서구의 대조되는 시각에서 얘기를 풀어나간다.
아시아의 인분퇴비 전통과 달리 서구사회는 지독한 똥 혐오증을 갖고 있다는 것. 저자가 인분퇴비로 재배한 푸성귀로 손님을 대접하려 하자 영국인 부부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똥을 먹지는 않습니다". 또 100년 전 미국 정부는 법으로 인분을 퇴비로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오줌과 똥에 들어 있는 병원균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이어 저자는 똥을 퇴비로 활용한 한국인의 '지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어릴 적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병사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아직도 저자는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맥주 한두 잔만 마시면 으레 한국의 뒷간 이야기를 했는데, 한국인은 행인들로 하여금 자기 집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도록 끌어들이느라 애썼다며 비웃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비웃음을 살 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똥을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으로 활용한 한국인의 지혜였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1g의 똥에 담긴 세균은 1조마리. 그러나 똥을 '양질의 와인 숙성시키듯' 퇴비로 만드는 과정에서 '기적'은 시작된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톱밥에 섞인 채 잘 익은 똥 속에서는 어떠한 바이러스나 회충알도 사멸하고 중금속, 심지어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까지 분해해 준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똥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 싫어하는 서구의 잘못된 고정관념이 깨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류는 먹을 물을 대소변으로 더럽힌 뒤 다시 그 물을 마시려고 정화하는 데 돈을 펑펑 쓰고 있어요". 저자는 수세식 화장실 대안으로 퇴비화 화장실을 제안하면서 낭비적이고 소모적인 삶의 방식을 뒤돌아 볼 것을 충고하고 있다.
"화학비료 없이 4천년 넘게 농사를 지어 오면서도 서양과는 달리 토지를 황폐화시키지 않은 한국 등 아시아의 '인분 농법'에서 '똥 살리기는 땅 살리기다'라는 명제가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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