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군 배정숙(52.여) 관광문화재 담당은 매월 군청을 돌며 직원들의 호주머니를 턴다.
지갑 사정에 따라 1천~2만원씩 걷는다.
하지만 직원들은 그를 피하지 않는다.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은 80만원 남짓이다.
그는 이 돈을 비인가 복지시설인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평화계곡으로 보낸다.
성금은 부랑아, 알코올중독자, 정신지체자 등 50여명이 수용돼 있는 평화계곡의 관리운영비로 쓰인다.
"전체 성주군청 직원 517명 중 무려 70%인 360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성주군 직원들이 성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5년. 총무과에 근무하다 지난해 퇴직한 여계동(58.여)씨가 계기를 제공했다.
여씨가 고령 들꽃마을 등 각종 시설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직원들도 '따뜻한 손' 대열에 동참했다.
성주군 김철연 새마을과장은 "여씨의 '베푸는 삶'을 보고 많은 직원들이 감동을 받아 성금을 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여씨가 퇴직한 뒤 배 담당이 그 역할을 맡았다.
"직원들을 찾아 군청사 1층부터 5층까지 오르내리다 보면 발이 퉁퉁 붓기도 합니다.
그래도 마음만은 행복해요. 작은 정성이지만 평화계곡에는 적잖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그는 그러나 "지난 19년 동안 이 힘든 일을 해온 여씨가 놀랍다"며 여씨에게 공을 돌렸다.
평화계곡은 입.퇴소가 자유롭다.
이러한 운영 원칙 때문에 수용자 인원과 일정 시설을 갖춰야 하는 국비지원 복지시설로 인가를 받지못하고 있다.
운영은 전적으로 시민 후원금에 의존한다.
평화계곡 김윤선 원장수녀는 "우리 시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불우 이웃은 누구나 환영한다"며 "매월 성주군 직원들이 보내주는 후원금이 시설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옥 수녀는 "배 담당은 직원 성금이 100만원을 넘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지금 지원하는 돈만 해도 너무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다.
성주.강병서기자 kb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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