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만섭 前국회의장 정계은퇴 선언

민주당의 '지도교수'를 자임하던 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이 21일 16대 국회를 끝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당이 어려울 때마다 정치 원로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며 후배들로 부터 '꼬장꼬장'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쓴소리를 아끼지 않던 이 전 의장이 여의도를 떠나 북아현동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41년간의 정치생활을 마감하면서 그는 이날 '국회의사당을 떠나면서'라는 성명을 통해 "정치인은 모름지기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 정치를 그만 두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평소에 해왔다"며 "국회를 떠난 후에도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남은 여생을 다 바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전 의장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6대에 등원한 뒤 14대와 16대 국회에서 각각 국회의장을 지낸 8선의원이다.

한국국민당, 국민신당 총재와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도 역임했다.

그는 최근 기회 있을 때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자숙을 촉구했고, 탄핵 발의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했을 때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 사실상 위헌이라는 판정을 받아낸 바 있다.

그는 후배 정치인에게 마지막 당부의 말을 하면서 최근 준비중인 자신의 자서전 이름(사랑과 정치는 계산하면 안돼)을 인용, "정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지 절대로 계산하거나 저울질해서는 안된다"며 "정치인들이 국민의 사랑을 배신하면 오히려 이혼 당하는 수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은퇴 배경은.

▲정치인은 자신이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다고 생각될 때 정치를 그만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꾸 욕심을 내니까 정치가 소유물처럼 돼버린다.

나의 정계은퇴는 사심을 버리고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정치신념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정계은퇴 이후는.

▲몸은 비록 국회 밖에 있더라도 자유민주의를 지키고 평화발전을 위해 마지막 헌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최근 국민들도 사회체제 및 경제정책에 대해 불안함을 느낀다.

국민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방안에 일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찾아서 할 계획이다.

-의정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보다 국회의장 재직시 날치기를 없앴다는 것이다.

과정은 어려웠지만 날치기를 없앰으로써 정치발전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탄핵 처리과정에서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해 경위들이 국회의원 끌어내는 것은 도가 지나쳤다.

국회의원끼리 충돌하는 것은 후유증이 덜하지만 국회 경위가 의원들을 끌어내는 것은 부작용이 심한 일이다.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은.

▲정치와 사랑은 계산하면 안된다.

국민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결혼해 놓고 배신하면 오히려 정치인들이 이혼 당하는 수가 있다.

또 돈의 유혹도 당당히 뿌리칠 줄 알아야 한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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