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한국 경제를 지배했던 '벤처' 광풍(狂風)의 성적표가 드러나고 있다.
벤처 자금을 쓰지 못하면 불출(不出)이라는 말이 나 돌 정도로 마치 벤처 사업이 개혁과 혁신의 화신(化身)인 양 정부의 지원을 받았으나 이제는 차분히 그에 대한 '손익계산서'를 챙겨야 할 시점이다.
한마디로 벤처 정책은 실패했다.
물론 벤처 열풍이 한국경제의 IT(정보기술)화에 기여한 바가 없지 않으나 '시장의 논리'를 무시한 정책의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우리는 되새겨보아야 한다.
재정경제부와 기술신보에 따르면 정부는 벤처업계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2001년 5월부터 12월까지 6차례에 걸쳐 808개 벤처기업과 42개 수출중소기업에 총 2조3천234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그런데 이 자금의 대부분이 오는 5월부터 만기가 도래, 벤처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공하면 거금을 쥘 수 있다는 '일확천금'의 꿈으로 젊은이를 벤처 사업으로 몰아넣은 야심찬 정책이 제대로 수확을 거두었다면 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벤처에 뛰어든 사람 대부분이 '쪽박을 찼거나 가정 파탄됐다'는 업계 스스로의 진단처럼 그야말로 뒤끝이 없는 정책이었다.
무차별적 지원이 가져온 결과였다.
이미 지원 기업 가운데 155개 업체는 부도가 나 4천200억원은 돌려받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추가 손실을 합하면 올해만도 6천25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니 '벤처 부실'이 확인된 셈이다.
벤처는 그야말로 '위험'이라는 열매를 먹고 자란다.
리스크를 이기지 못하면 벤처는 성공하지 못한다.
정부의 지원에 눈이 어두워 불나방처럼 벤처의 행렬에 뛰어들었는데 이내 허탈해진다면 이는 분명 실패한 정책이다.
벤처 정책은 실패했다.
그러나 '벤처 정신'이 죽어서는 안된다.
최근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사장이 본사를 제주로 옮기면서 "외형이 커지면서 태생에 어울리지 않게 중견기업화하고 있다"며 "벤처기업은 이제 초심(初心)을 찾아야 한다"는 외침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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