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험대에 오른 朴대표 체제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朴槿惠) 의원이 거야(巨野)의 대표로 우뚝 섰다.

'영남 공주''아버지 후광' 이미지에서 벗어나 절체절명의 한나라당을 이끌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당내 지지기반은 물론 이렇다할 계파도 없어 '박근혜식 리더십'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탄핵 이후 추락한 당 이미지를 끌어올려야할 책무가 무겁기만 하다.

◇시험대에 오른 박근혜 체제=박 의원으로선 이번 대표 등극이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이다.

지금까지 자신의 리더십과 비전을 검증받을 길이 없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그러나 상황은 진창길이자 자갈밭이다.

탄핵정국 이후 당 지지도는 급전직하 바닥을 헤매고 있다.

게다가 총선을 코앞에 남겨두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수도권 참패는 물론 영남텃밭 기반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다.

박 대표는 23일 대표 수락 연설에서 "이번 총선에서 법정 선거비용을 준수하고 모든 선거비용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겠다"며 가장 먼저 '차떼기' 이미지 불식에 주력했다.

대표에 오르자마자 한 일 역시 호화당사라 지적받던 여의도 중앙당사에 출근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는 24일 여의도 공원 인근의 천막 당사로 출근, 당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대표로서 첫발을 뗐다.

허허벌판에 맨 몸으로 맞서겠다는 것이었다.

◇과제와 전망=박 대표의 임기는 고작 3개월에 불과하다.

이는 오는 6월 정기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선출토록 규정한 당헌.당규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짊어질 책무는 가볍기는커녕 과부하가 걸려 있다.

당장 22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열린우리당과 맞서 새로운 비전과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침묵하는 다수인 보수.중산층을 흡수해야 하는 선거 전략 마련도 급선무다.

또 10~20%대로 떨어진 지지율을 탄핵 이전으로 끌어올려야 할 과제 역시 안고 있다.

환골탈태를 위해 박 대표가 내놓을 카드에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이날 대표 수락연설에서 "건전하게 새로 태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야당을 지켜달라"고 호소한 뒤 2단계 구당(救黨) 방안을 제시했다.

1단계로 △법정선거비용 준수와 선거비용 인터넷 공개 △정치자금, 감사원 감사 수용 △부패일소와 방탄국회 거부 등을 통해 깨끗한 정당 틀을 갖춘 뒤 2단계로 디지털 정당과 정책정당,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것.

박 대표는 "총선 직후 본격적인 당 개혁기구를 설치하고 '새 한나라당 3개년 계획'을 수립, 6월 전당대회에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를 지켜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박 대표가 경선기간 내내 제시한 '야당 육성론' 내지 '정부 독주 견제론' 만으론 탄핵정국을 반전시킬 만한 복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성 대표라는 '감성 코드'에 안주하다간 수세국면 돌파는커녕 선거 내내 열린우리당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선거구도를 최병렬(崔秉烈) 전 대표가 내건 '반노-친노' 전선을 답습하다간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지나친 공세 일변도는 경직된 한나라당 이미지를 털어내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여기에 수도권 공천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탄핵 철회론'도 박 대표가 풀어야할 숙제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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