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가?
우리 정치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사태를 거치면서 우리가 새삼 법이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됐다는 이들이 많아졌다.
어쨌든 헌법과 법률의 힘을 빌려 그 높게 보이던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세상이 되고보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존재조차 몰랐던 사람들도 헌재가 대통령의 진퇴를 결정하는 헌법기관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고, 심지어 국회가 어떤 짓을 하든 관심없던 이들도 대통령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곳이라는 현실도 알게 됐다.
이번 탄핵정국을 통해 법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야가 한층 넓어졌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법의 위력에 대한 새삼스런 인식과는 달리 아직도 우리 사회가 엄정한 법의 테두리속에 살고 있는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예전처럼 인치(人治)가 법치(法治)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주먹구구식 논리와 안면, 학연, 로비가 횡행하는 사회임을 체감적으로 알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인치'의 자리에 '감성(感性)'이 들어앉아 이것이 '법치'보다 우위에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게 이번의 탄핵사태가 아닐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탄핵이유로 선거법 위반 등 몇가지 단서를 붙여놓았지만, 속내를 꿰뚫어보면 법적인 문제만은 절대 아니다.
노 대통령에 대한 미움이 집단적으로 분출되면서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낳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나 지위에 걸맞는 중량감은 찾아볼 수 없고, 입만 떼면 꼬투리가 잡히고, 시도 때도 없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고 있으니…".
'인간이 미우면 하는 짓까지 싫다'는, 저잣거리에서나 볼 수 있는 거칠고 편협한 인간관계가 국정에까지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며칠전 대구변호사협회는 노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한 대한변호사협회를 강도높게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회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데 따른 절차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지만, 노 대통령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지역 변호사들의 속내를 완곡하게 드러냈다는 얘기가 적잖았다.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냉철한 법논리와 투명한 이성보다는 감성적인 선택에 훨씬 익숙해져 있음을 보게 된다.
이번 탄핵사태가 우리사회의 법치를 확립하는 시금석이 될지, 아니면 감성과 증오가 판치는 수렁이 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박병선 사회부 차장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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