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어느 날 깨어보니 자신이 남편을 살해한 잔인한 살인자가 되어 있다.
아무도 자신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고, 정신병자로 낙인 찍혀 누명을 풀 방법도 없다.
이것이 실제상황이라면 인간은 자신이 저지른 것으로 믿어 버린다고 한다.
사방이 막혀버린 폐쇄와 절박함이 살인의 공포보다 더 무섭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티카'(4월 2일 개봉예정)의 미란다(할 베리)는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
유능하고 아름다운 정신과 전문의 미란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날 밤, 운전 중에 소녀를 피하려다 사고를 당한다.
3일 후 의식을 찾은 그녀는 감호소의 차가운 독방에 갇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남편을 죽인 살인용의자로 지목됐다는 소식도 듣는다.
미란다는 기억을 떠올리며 무죄를 주장하지만 정신병자로 몰려 번번이 묵살당한다.
그녀의 팔에는 살해현장에 남편의 피로 씌였던 의문의 단서 'NOT ALONE'이 면도날로 새겨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게 폭행당하는 사건마저 발생한다.
기억하지 못하는 모든 것이 공포가 되기에 이른다.
점차 심해지는 환영과 공포에 시달리던 미란다는 마침내 'NOT ALONE'에 담긴 비밀을 풀어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고티카'는 '크림슨 리버'의 프랑스 감독 마티유 카쇼비츠가 할리우드에 진출해 만든 영화다.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영상은 대단히 비주얼하다.
페인트가 벗겨진 독방에 유령이 흔들거리는 샤워실, 조각난 기억들의 조합들, 어둡고 긴 복도 등 시시각각으로 조여 오는 공포를 영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하루아침에 자신의 병동에 갇혀 몸서리치는 할 베리의 호러 연기가 돋보인다.
그러나 알 수 없기에 공포가 되고 미스터리가 된다.
공포의 실체가 드러나면 그 치명성은 반감하기 마련이다.
'고티카'도 흩어진 퍼즐 조각이 하나 둘 맞춰지면서 긴장감은 떨어진다.
서스펜스의 실타래가 풀리면서 "마티유 감독! 너무 꼬았군"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서스펜스는 대단하다.
순간적인 공포의 임팩트를 추구하는 관객에게 적당하겠다.
'바닐라 스카이'로 톰 크루즈의 연인이 된 페넬로페 크루즈가 살인혐의로 수감된 환자로 깜짝 변신하여 이색적인 공포연기를 선보인다.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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