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두 해 커가는 나무를 보고 있으면 내 마음마저 나무를 닮아 푸르러지는 것 같습니다".
낮 최고기온이 15℃까지 오른 26일 대구시 수성구 고산 2동 '팔현마을' 들판. 고향동네인 이곳에 터를 잡아 30여년간 육묘장을 해 온 여환진(56.수성구 고산2동)씨에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느티나무, 벚꽃나무만 있던 육묘장에 이날 백일홍 800그루를 '새 식구'로 맞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꽃도 즐길 수 있는 수종이 더 인기 있을 것 같아서요. 이제 6년 정도만 키우면 다른 이들에게 선을 보일 수 있겠네요".
여씨는 집 앞 4천여평의 들판에서 느티나무 1천500그루, 벚꽃 1천그루, 백일홍 800그루를 키우고 있는 '나무 사장님'이다.
사과, 포도농사도 같이 하고 있으니 어쩌면 '나무 심는 농부'란 말이 더 옳겠다.
그러나 여씨는 단순한 '나무 사장'은 아니다.
대구 수성구의 월드컵로 주변과 성동 지역에 심긴 느티나무 160그루를 무료로 기증한 장본인. 그는 3년전 이곳을 지나다 고사한 나무들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공들여 키운 2천만원 상당의 나무를 선뜻 내놓았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풍경과 그늘을 즐길 수 있으니 좋은 일이잖습니까. 다행히 구청에서 관리를 세심하게 관리해서인지 잘 크고 있더군요". 그는 자신의 농장에 있는 느티나무가 어느 정도 성장하는 내년에는 또다시 50여그루를 기증할 계획이다.
여씨가 나무심기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68년. '10년 후면 전망이 좋겠다'는 생각에 일본에 사는 친구로부터 한 자루의 은행 씨앗을 얻어 시작했다.
수양버들과 은행나무도 키워 봤지만 수출길이 막혀 낭패를 봤고 국화, 글라디올러스, 튤립, 백합, 장미도 IMF때 사업성이 없어 그만두기도 했다.
현재 그의 농장의 느티나무는 직경이 8cm 정도로 자라있으며 내년부터 출하할 계획.
"대구시내 가로수는 다른 도시와 비교할 때 수종도 고급이고 관리도 A급이에요. 나무를 꺾거나 훼손하는 사람들도 훨씬 줄어든 것을 보면 나무를 많이 심을수록 시민들의 심성도 고와지는 것 같아요".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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