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법 송금은 통치행위일 수 없다

대법원이 어제 DJ정권 때 불법 대북 송금사건으로 기소된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4명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 것은 사필귀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항소를 포기한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2명을 포함하면 6명 전원이 법적 단죄를 받게된 셈이다.

사망한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공소는 기각됐고,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은 항소심을 진행 중이나 유죄가 확실시되고 있다.

대북 관계는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배제되는 고도의 통치 행위적 특성을 가질 수가 있다.

그러나 '통치행위'의 개념은 법치국가의 원리에 맞게 제한적으로 해석돼야 한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요지다.

통치권 차원의 정책 추진도 그 과정에서 법과 절차를 무시하면 사법적 심판을 받게된다는 해석을 한 것이다.

대북 관계를 특정 정권의 업적 과시용이나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해온 그릇된 정치 관행에 쐐기를 박는 의미가 없지 않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4억 5천만 달러의 불법 현금 지원을 남북 정상회담 개최의 불가피한 전제조건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다른 방식의 협상을 선택할 여지가 있었고, 대북 송금이 이뤄지더라도 투명한 절차에 따라야 했음을 시사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앞으로의 대북 관계가 국민공감대를 바탕으로 합법적 절차의 테두리에서 이뤄져야 함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함께 짚어져야 할 문제는 6명의 유죄 확정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의 문제다.

이들은 벌금형 또는 징역 1~3년에 집행유예 2~4년의 선고를 받았다.

정치적 책임을 묻는 수준의 법적 단죄가 이뤄졌을 뿐이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 곧바로 특별사면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천박한 정치문화를 재확인시키는 일이다.

정치적 책임은 물론이고 자신의 과오를 돌이켜 볼 윤리적 책임까지 면하게 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은 법치주의와 책임정치의 정신에 위배된다.

집행유예 기간만큼이라도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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