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문화산업과 굴뚝산업

문화산업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열린 지는 이미 한참 됐다.

영화 '쥬라기 공원' 한 편이 자동차를 몇 만대 파는 효과를 가져온 이후 우리도 이 부문에 눈을 떠야 했다.

실제 우리는 근래에 영화 한 편 1천만명 관객 시대, 가수 이효리 신드롬, 아시아를 휩쓰는 '보아' 등의 한류(韓流) 열풍을 목격하기에 이르렀다.

요즘 중국 베이징의 DVD 상점에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만 모아 놓은 별도 코너가 생겼고, 라디오에는 한국의 최신 음악들이 방송되면서 중국 청소년들을 강타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보아'가 청소년들의 우상이 된 일본에서도 한류가 몰아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영화.연예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흥행에 성공하는 등 급팽창하면서 '굴뚝산업'들을 앞지르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연예 부문의 총매출액이 5조원에 육박하면서 4년 만에 덩치가 2배로 커졌다.

특히 영화산업의 매출액은 3조7천780억원으로 이중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예산업도 1조569억원을 기록하는 등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엔 수출의 역군이었던 신발산업이 영화산업의 절반 수준으로 밀려났으며, 가죽과 모피.목재.도자기 등 전통산업의 매출액도 모두 연화.연예 부문을 밑도는 현상을 보였다.

몇 년 전, 한국기계산업진흥회가 언론사에 '굴뚝산업'이라는 말을 쓰지 말고 '벤처제조업'이나 '전통제조업'이라는 용어를 써 달라며 거부감을 나타낸 적도 있지만, 뒤쳐지는 산업이 되고 있는 느낌은 지울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 문화는 세계 대중문화산업의 소외지대였다.

국민의 정부 초기에 일부 관료들과 학자들은 한국영화는 경쟁력이 없어 보호해 줄 필요조차 없다는 주장을 펼 정도였다.

이들은 다른 산업을 살리기 위해 포기할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몇 년만에 우리의 영화산업은 일본 영화산업을 밀어낼 만큼 아시아를 대표하는 성공을 이끌어냈으며, 연예를 포함한 '한류' 열풍은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마저 바꿔가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문화산업에서 각국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고, 최후의 승부처는 바로 문화산업'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우리의 경우도 이 부문에 눈을 떠 세계에 새로운 시장을 펼쳐가고 있음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굴뚝산업'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제조업체들이 더 많은 분야에서 일하는 방식을 바꿔 고부가가치 창출을 지속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만 한다.

소프트웨어가 물건의 품질을 결정하므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서비스로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므로….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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