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대구문화자원봉사단

대구에서 꼭 가볼 만한 곳 하면 가장 먼저 어디가 떠오를까. 달성공원, 두류공원, 서문시장, 약전골목, 팔공산…. 머리를 쥐어 짜내 꼽아보아도 딱히 내세울 만한 곳은 한 손을 벗어나지 못한다.

"다른 지역에는 이런 저런 곳이 좋다며 줄줄 꿰고 있는데, 정작 대구에서 태어나 줄곧 살고 있으면서도 지역은 상식적인 수준 외에는 잘 모르겠어요". 대부분 대구시민들의 생각이 이렇지는 않을까.

"그렇지 않습니다.

대구도 찬찬히 뜯어보면 얼마든지 볼거리, 가볼 만한 곳이 넘쳐납니다". 지난 27일 만난 대구문화자원봉사단 남현정(26)씨는 대구자랑으로 말문을 열었다.

대구문화자원봉사단은 대구읍성을 중심으로 변화되어 온 대구의 골목문화를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지난 2002년 구성돼 지금까지 잊혀졌던 수많은 대구 골목을 발굴, 해설활동을 벌이고 있는 순수자원봉사단. 현재 3기 봉사단까지 20~60대 1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창단멤버인 남씨는 "수개월에 걸쳐 도심을 샅샅이 답사하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그동안 태어나 자라난 대구에 이런 곳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돼 무척 신기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들의 땀의 결실은 2002년 10월에 대구골목문화 가이드북을 낳게 했고, 최근엔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좀더 업그레이드한 이미지 맵까지 만들게 됐다.

떡집골목, 화교거리, 진골목, 약전골목, 뽕나무골목, 미싱골목, 돼지·함석골목, 화공약품거리, 삼덕동 인간과 마을, 일본집 밀집지역 등 이름만으로는 생소한 곳들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게 된 것도 그들의 숨겨진 노력 덕분이다.

"빌딩들이 즐비한 도심 뒤편에 기와집 등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골목들이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어요. 보물찾기하듯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여간 즐겁지 않았습니다". 남씨와 함께 창단멤버인 김은미(27)씨는 "골목을 답사하면서 대구에 대한 자긍심과 애향심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남씨도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향토사를 가르치고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역사학이 전공인데도 지역의 근현대사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부끄러웠지요. 하지만 지금은 고향에도 볼거리가 많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다닙니다".

하지만 새것만 무조건 좋고 옛것의 소중함을 모르는 요즘 젊은이들의 세태가 아쉽단다.

김씨는 "자원봉사단에 20대는 두 명뿐이다.

일일이 뒷골목을 답사해야 하는 일의 특성상 젊은이들의 참여가 절실한데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했다.

안타까운 점은 또 있다.

도심의 재개발 붐으로 인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소중한 대구의 뒷골목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두 달 전에 답사했던 곳에 다시 찾아가 보면 어느새 초가집이나 골목들이 사라지고 없어요. 대신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하더군요.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초가집터에 앉아 얼마나 울었는지…".

남씨는 "개발도 좋지만 우리의 전통을 지키려는 마음이 절실하다"고 했다.

"얼마 전 어느 교수님이 개발병에 걸려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이렇게 꼬집더군요. 아이를 목욕시킨 뒤 목욕물만 버려야 하는데, 우리는 아이까지 버리고 있다고".

"화교들이 만든 남산동 붉은 벽돌집이나 이상화 고택, 옛 일본식 건물, 나무 전봇대, 이인성·최제우 나무, 대구 최초의 양옥집 등이 도심 한복판에 현대식 건물과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길 양쪽으로 예쁜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아름다운 뒷골목을 걷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이런 곳들이 사라져서야 되겠습니까".

그래서 자원봉사단은 지난주부터 매주 토요일 대구시민들을 상대로 골목투어에 나서 골목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자꾸 시민들에게 알려야 소중한 골목들을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앞으로는 도심뿐 아니라 대구 전체로 범위를 넓힐 계획입니다". 이들의 대구 골목문화 사랑이 대구 도심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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