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코노 피플-벤처기업 레인콤 약덕준 대표

IMF 직후인 1999년 1월 월급쟁이 생활을 박차고 나와 3억원도 안되는 자본금과 7명의 직원들로 출발, 5년만에 주당(액면가 500원) 10만원 대에 육박하며 코스닥 시가 총액 6위, 우리나라 재계 영향력 34위의 '벤처신화'를 이룬 레인콤 양덕준(楊德準.54.사진) 대표가 지난 26일 30년만에 모교인 영남대에서 응용화학부 후배들을 만났다.

그러나 레인콤(판매법인 아이리버)의 '신화'는 '짧은 기간에 대박을 꿈을 이룬 어느 부자의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최대 브랜드를 자랑하는 삼성의 '애니콜'조차 아직 유럽과 미국에서는 '삼성 휴대폰'으로 통하는 상황에서 MP3 브랜드 파워 세계 1위에 올라 삼성과 소니를 경악시킨 '아이리버'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산 상품브랜드로 전세계를 제패한 유일한 것이 바로 '아이리버'인 셈이다.

올해 1분기에만 매출이 900억원을 넘어 1천억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양덕준 대표가 후배들에게 들려준 첫 번째 말은 "인생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때문에 보다 넓은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 또 "이제 경쟁력은 순발력에서 나온다"며 "과거에는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 시대였지만, 이제는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아이리버'가 세계 최고 브랜드의 MP3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기술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입니다.

솔직히 원천기술과 관련, 우리나라가 가진 기술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내에만도 MP3를 제조하는 회사가 100개가 넘습니다.

그런데 아이리버가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2위 업체가 나머지 시장의 50%(전체 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많은 국내 MP3 업체 중에서 수익을 내는 곳은 2~3곳에 불과합니다"

양 대표는 아이리버는 기술을 파는 기업이 아닌만큼 다른 MP3 제조사가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아르마니'와 '스와치'를 비롯한 세계적 패션업체처럼 '감성'을 파는 기업이라고 설명한다.

"MP3는 생활필수품이 아닙니다.

선택품목이자 가짐으로 인해 개성이 더 빛나는 패션상품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소비자는 아르마니의 옷과 스와치 시계, 아이리버 MP3 중에서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할 것을 고르게 됩니다.

이제 경쟁상대가 누군지는 분명해 집니다.

바로 시대에 앞서 응용하는 순발력이 아이리버의 성공전략이자 미래전략이고, 한국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휴대전화가 MP3 기능을 통합, MP3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일부의 전망에 대해 양 대표는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휴대전화는 메모리 용량이 적은데다 다운로드 시간이 길고 비싸기 때문에 음악의 맛보기 역할을 할뿐, 수 백곡을 저장할 수 있고 음질이 훨씬 뛰어난 음악전용기기인 MP3를 대신할 수 없다는 확신이다.

카메라폰의 등장이 디지털 카메라의 수요를 줄이기 보다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는 현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휴대전화에 디지털카메라와 MP3 기능을 덧붙이는 것은 부가기능을 가미함으로써 휴대전화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디지털카메라나 MP3 시장을 빼앗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레인콤도 4월부터 디지털카메라 기능을 가진 MP3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양 대표는 또 "유선전화와 오디오가 휴대전화 및 MP3로 바뀌면서 개인화되고 패션화 됐듯이 TV, VCR 등의 영상매체도 휴대용 멀티미디어로 발전하고, 특히 차량용 오디오는 텔레매틱스와 GPS(위성위치추적장치), MP3 기능이 복합된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해 향후 사업방향을 시사했다.

양 대표는 대구 계성고와 영남대 응용화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수출담당 이사를 역임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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