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론마당-신용불량자 처리 어떻게...

*신용불량자 해결의 실마리백약이 무효라고 여겨졌던 신용불량자 문제에 있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단계별 대책을 내놓은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정책의 실효성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동안 '연체와의 전쟁'을 치러온 금융기관 종사자들에게는 이번 발표가 신용불량자 처리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도록 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개인채무회생법'이 올 9월쯤에 시행되면 신용불량자나 채무변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 상당수가 이 법의 도움을 받아 회생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물론 채무자가 '성실히 갚을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법원이 판단하고 채권자인 금융기관의 반대가 없어야 그런 혜택이 주어지지만, 지금까지의 개인워크아웃 제도보다는 채무자에게 훨씬 유리한 회생법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런데 빚을 진 사람들이 법의 힘을 빌려 채무를 탕감받다보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우려할 만한 사항은 자신의 능력에 벗어나는 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려 쓴 뒤 갚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기대를 접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잠재적 신용불량자의 구제효과와 더불어 연관된 경기활성화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시장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신용불량자 문제도 점차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시장 자체가 정상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신용위기를 예상하는 시장의 불안을 근원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용불량자 급증에 따른 금융시스템 마비와 경기급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조치의 백미(白眉)라 할 것이다.

고오선 (대구은행 개인여신팀장)

*정부.금융기관 정책실패 호도

정부는 최근 신용불량자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현재 370만명을 상회하는 신용불량자로 인해 우리 경제가 발목이 잡혀 있다는 인식하에 신용불량자를 앞으로 획기적으로 줄여 가계부문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정확한 시각을 갖고 정책의 맥을 올바르게 짚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러나 신용불량자 문제는 철저하게 정부의 정책실패에 기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은행이나 카드회사들의 위험관리 없는 고객확보, 시장점유 경쟁을 수수방관하였다.

급기야 카드대란사태, 은행가계부실채권 급증에서 보듯이 통제불능의 사태까지 가도록 정부는 어떠한 대책도 감독기능도 하지 못하였다.

결국 여기까지 오는 데는 금융기관들의 기형적인 영업전략과 위험관리 실패, 정부의 감시감독 기능부재에 덧붙여 작금의 신용불량자제도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이번 대책에도 채무자가 빚을 안 갚고 버티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배드뱅크로 구제되는 신용불량자에게는 3%만 상환하면 나머지를 저리로 8년간 분할 상환하게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원리금을 감면해 주는 혜택이 주어지는 반면, 성실하게 원리금을 상환해 온 채무자나 앞으로의 잠재적 신용불량자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안 갚고 버티는 채무자가 이익을 본다고 판단하게 할 수 있는 정책이다.

모럴해저드 발생가능성이 내포된 정책은 참가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어 장기적으로는 신용불량자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한편 배드뱅크 설립으로 기존금융기관들은 출자금 부담을 받게 되고, 배드뱅크로 이관하는 채권에 대해서는 대손충당금 설정액보다 훨씬 낮은 가치로 평가받게 되므로 은행손실은 더욱 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은행들이 신용위험관리를 적절히 못해 발생한 문제이므로 회계상의 손실 뿐만아니라 경영진도 응분의 책임이 있다.

더욱이 이번 대책이 자칫 정부의 정책실패, 그리고 금융기관들의 위험관리부재를 자인하고 반성하기보다 신용불량자문제를 가진 자와 서민 또는 못 가진 자 사이에 발생한 문제로 치부해 버리고, 못 가진 자를 구하기 위해 정부가 특별사면을 가지고 나타난 백기사처럼 비쳐진다면 우리 경제는 더욱 힘들어진다.

지금부터라도 신용불량자제도를 전문가들의 충분한 자문을 거쳐 재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공재식(대구대 경상대 보험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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