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어른들의 책임

'지상의 모든 아이에 대한 찬가'라고 할 수 있는 '에밀'의 서두에서 루소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창조자의 손에서 나올 때는 모든 것이 선하나 사람의 손에서 모든 것이 타락한다.

사람은 그 땅에서만 자랄 수 있는 농산물을 다른 땅에다 씨를 심고 자라기를 기다리고, 다른 나무에서만 자랄 수 있는 과일이 그 나무에서 열리기를 바란다".

"사람은 기후, 풍토, 계절의 차이를 무시하고 뒤섞어 버린다.

사람은 자기의 개나 말, 그리고 노예를 그대로 두지 않고 병신으로 만든다.

사람은 모든 것을 뒤엎고 모든 것에 손을 대어 병신으로 만든다.

자연이 만든 상태 그대로는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심지어 사람까지도 그렇다.

마치 승마용 말을 길들여 놓듯이 인간을 만들고, 정원의 나무처럼 주인의 취향에 맞도록 뒤틀어 놓는다"/(안인희 편역)

'에밀'에서의 그의 주장은 현대사회에서 유아교육에 종사하는 우리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줍니다.

'조물주의 손에서 나올 때 선(善)한 인간'이 '사람의 손에서 모든 것이 타락한다'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의 토양과 물과 공기, 혹은 세계 여러 나라의 그것도 생명체에 있어서 대단히 위험한 듯 합니다.

20세기 문화적이라는 이름 하에 행해진 생산활동이나 소비생활, 저주스러운 전쟁 등의 결과입니다.

모든 음식과 모든 음료에 대해서 우리들은 충분히 안심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인간의 몸 그 자체인 모유에서조차 불안이 떠나지 않는 상태입니다.

어린 아이들은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으며, 20세기 문화의 음(陰)의 유산인 불안과 위험을 포함한 음식이나 음료를 먹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일에 대해서는 당당히 대항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위험이 없는 음식을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기본적인 책무가 아닐까요.

천현섭 무산유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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