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자? 한문!

많이 읽고, 짓고, 생각하라 植:심을 식. 讀:읽을 독. 億:억 억. 齋:집 재. 膾:날고기 회. 炙:구운 고기 자

학부모들이 교사와 상담할 때 으레 하시는 말씀 가운데 하나가 "선생님, 우리 아이는 열심히 하긴 하는데 성적은 좋지 못해요. 아마도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공부하는 방법을 아이에게 좀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라는 것이다.

이런 물음을 받으면 난처해진다.

왜냐하면 공부에는 法道(법도)가 없을 뿐더러 '평생공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공부는 끝이 없으며, 그 방법 또한 학습자의 끊임없는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의 시인 金得臣(김득신:1604-1684)은 어릴 적 천연두를 앓아서인지 그리 똑똑치 못한 것 같았다.

10살이 되어서야 글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기억력도 좋지 못했는지 '十九史略(십구사략)'의 첫 단락 26자를 사흘이 넘도록 외우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가르침과 자신의 노력으로 당시 한문 사대가인 李植(이식)으로부터 "그대의 詩文(시문)이 제일"이라는 평가를 받아 이름을 세상에 떨치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저 아이가 비록 노둔하지만 책읽기를 그만두지 않으니 오히려 대견스럽기까지 하오."라고 하며 그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로부터 감싸주었으며, 그 자신 또한 끝없는 노력으로 옛 선현과 문인들이 남겨놓은 글들을 많이 읽는 데 힘을 기울였다.

그 중 '史記(사기)' '伯夷傳(백이전)'은 억만 번이나 읽었다고 하여 자신의 서재를 '億萬齋(억만재)'라고 붙인 것은 유명한 일이다.

그 외에도 만 번 이상 읽은 것이 36편이 되며, 수천 번씩을 읽은 것은 꼽지도 않았다고 하니 그의 讀書量(독서량)은 손으로 헤아리는 것이 더욱 어려울 정도이다.

조선 후기의 兪晩柱(유만주:1755-1788)는 뛰어난 스승 밑에서 공부하여 어릴 적부터 문장으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아무리 빼어난 스승이 있은들 그 자신의 노력이 없으면 이름을 떨칠 수 없는 법이다.

그는 아플 때가 아니면, 혹시 일이 있어서 잠깐 외출할 때라도 손에서 책을 놓는 경우가 없었다.

그래서 그가 본 책은 經書(경서)를 비롯하여 총 오천여권에 이르렀다고 한다.

당시 쌀 한말에 25文정도 하였는데 8000文을 들여 책을 구해 읽을 정도니 그의 讀書慾(독서욕)은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보듯이 공부를 하는데 특별한 방법이 있다면 많은 책을 많이 읽어보라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중국 송나라 때의 문장가인 구양수의 三多, 즉 多讀(다독:많이 읽고), 多作(다작:많이 짓고), 多商量(다상량:많이 생각하라)이 공부를 하는 방법으로 膾炙(회자: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으로 칭찬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을 일컫는 말)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김상규(대구 능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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