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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담은 스펙터클 애니메이션이다.

하야오 감독의 '천공의 성 라퓨타'가 하늘의 꿈을, '미래소년 코난'이 전쟁 후 지구를, '모노노케 공주'가 자연과 인간의 대결을 그렸다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이 세 작품의 메시지를 한 편에 응집시키고 있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전쟁이라는 주제를 하야오 감독 특유의 상상력으로 그려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달리 한 겹 속을 들여다보면 은유와 비판, 갈등과 화해의 메시지들이 가득하다.

지구를 폐허로 만든 '불의 7일간'은 핵 전쟁을 은유하고 있다.

전쟁을 촉발시킨 '거신병'은 원폭이며, '거신병'에 대한 집착은 핵 개발에 집착하는 인류의 모습이다.

'바람계곡'에 전해지는 황금 들녘의 전사는 기독교의 메시아관을 변형시킨 것이다.

나우시카는 연약한 몸을 희생해 파국을 막는다.

그리고 미래 생명체 옴이 뿜어내는 황금빛 촉수 속에서 부활한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디스토피아(비관적 미래) 세계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교훈적인 영웅 서사시를 그려낸다.

이 작품에서 생각해 볼 것이 자연의 위대함이다.

'가이아'(Gai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이다.

만물의 어머니로서 땅을 신격화한 것이다.

'가이아 가설'은 지구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여긴다.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가지며 천체와 호흡하는 생명체다.

'가이아'가 하나의 생명체라면 자연 파괴로 일어서는 인간 문명은 암적인 존재일 수도 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도 그런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류는 자신들을 멸망시켰던 과거의 병기를 새로 부활시킨다.

새로운 질서를 위한다면서 과거의 권력을 답습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그대로 재현된다.

인간이 천대하고 경멸하는 '부해'가 사실은 인간이 숨쉴 수 있도록 정화하고 있다는 사실마저 부정한다.

자연의 절대적인 위대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인간은 결국 '가이아'에 기생하는 암세포일 뿐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2천년전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인간 생명체 나우시카의 희생을 통해 인간은 새로운 세계를 맞는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재현해 낸 이미지들이 실사영화에서 만날 수 없는 독창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거대한 곤충, 푸른 빛이 도는 곰팡이의 세계, 숲과 바람 등은 환상적이다.

희망과 화해, 희생의 '화신' 나우시카를 통해 세계관을 넓힐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넓은 지구에서 그녀만이 따뜻한 시선으로 지구 생명체들을 대한다.

인류의 미래는 소박한 희망에서 온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지만, 하야오 감독은 그러한 교훈성을 스펙터클한 오락성 속에서 빛을 발하게 한다는 점에서 '거장'이란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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