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7대 총선 열전지대를 가다-영양·영덕·울진·봉화

양강구도에 김중권 변수

후보자를 찾아 가는 길, 그저 말문이 막혔다.

영양.영덕.울진.봉화군이 한 선거구라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한 명의 국회의원이 산세, 지세가 다른 4개 군을 어떻게 대표할 수 있는지 의심마저 들었다.

그러나 후보자들은 이에 아랑곳 없이 발품을 팔았다.

영덕 강구에서 울진 북면, 봉화 오전약수, 영양 토구리까지 꼬불꼬불 산길과 바다마을을 찾아 다녔다.

31일 영덕군에서 만난 이상열(李相烈) 군의회 의장은 "누가 발품을 많이 파느냐가 이번 선거의 관건"이라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영덕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16대까지만 해도 영덕은'청송.영양.영덕'에 묶여 '울진.봉화'에 터를 다져온 후보들에겐 불모지나 다름없다.

그러나 영양.영덕과 울진.봉화가 합쳐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영덕이 변수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인구도 4개군 중 두 번째(3만8천426명)로 많다.

후보들의 영덕 구애 움직임도 활발하다.

하지만 영덕주민들의 반응은 그저 그렇다.

영덕 하재리 김필모(54)씨는 "정치인 낯짝 본지가 까마득한데 그런 데로 후보들이 자주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덕군청에 근무하는 정모(42)씨는 "김찬우 의원이 법원에 불려 다니면서 영덕이 정치인들의 사각지대로 전락됐다가 새삼 부상하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주민들의 선거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영덕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하듯 이날 한나라당 김광원(金光元) 후보와 무소속 김중권(金重權) 후보는 영덕에 머무르고 있었다.

김광원 후보를 먼저 만났다.

그는 "현재까지 4개군의 표밭 정서는 한나라당 분위기"라고 단언했다.

또 "박근혜 대표로 인해 +α가 됐다"고 했다.

김중권 후보에 대해선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니까 고향에 왔다는 말이 많다"고 꼬집었다.

서울 마포갑 출마를 접고 다시 돌아온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에 대해 김중권 후보는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고향을 떠나 서울로 출사를 했는데 다시 고향으로 돌아 왔냐고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말이 있듯이 우리 고장발전에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겠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리턴매치는 어떤 식으로든 흥밋거리가 아닐 수 없다.

김광원 후보는 "김중권 후보의 출마가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따져봐야 하나 불리하진 않을 것"으로 예견했다.

반면 김중권 후보는 "고향에서만은 정치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평가해 달라"고 호소했다.

열린우리당 박영무(朴榮茂) 후보는 전날 영덕에 머무른 뒤 영양을 거쳐 봉화로 넘어갔다.

그를 밤 9시가 돼서야 봉화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박 후보는 요즘 상종가를 치고 있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광원 후보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유를 물었더니 "탄핵에 대한 영향보다 기성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주민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 말했다.

또 김중권 후보를 두고선 "왈가왈부 하고 싶진 않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그의 복귀로 부패 구세력의 심판, 탄핵심판, 지역을 최악의 오지로 남겨둔 기성 정치인에 대한 심판이란 선거구도가 보다 확고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지역의 관심은 김중권 후보 출마에 따른 표심의 향배다.

김중권 후보가 박 후보의 표를 잠식할지, 아니면 김광원 후보 표를 빼앗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도 지지후보에 따라 갈리고 있다.

대체적으로 김광원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의견이 많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적어도 내주쯤에야 여론 흐름이 어느 정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 사람에 뒤이어 민주당 조영환(趙榮煥) 후보와 자민련 김원욱(金源昱) 후보가 가세하고 있다.

두 사람은 양당체제 고착을 우려하면서도 "차별화된 마인드로 틈새를 뚫겠다"고 벼르고 있다.

조 후보는 "선동정치에 가까운 '노무현 정권 심판론'을 전략으로 제시하겠다"고 했고, 김 후보는 "4개군 현안에 대한 나름의 대안을 제시, 지지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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