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영덕 고속도 건설 여론 비동

"정부가 자동차 하루 운행대수 등 계량화된 수치에만 너무 의존하려 한다". 영덕~안동간 고속도로 사업 추진과 관련, 최근 서울 중앙부처를 오르내린 영덕의 한 인사는 "영덕은 도로 기간망이 전국 최하위권인데 건설교통부 등 중앙부처는 이런 여건은 무시하는 느낌이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상당수 영덕 군민도 "정치권의 달콤한 말만 믿다가 지금까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안동~영덕간 고속도로는 단골 공약

영덕군민들은 당초 현재 2차로인 안동~영덕간 34번 국도를 4차로로 확장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34번 국도의 확장은 대통령 선거 주요공약이었을 뿐만 아니라 총선에 출마한 각 후보들이 당선만 시켜주면 '반드시 개통시키겠다'고 줄기차게 외쳐댄 단골 공약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것도 이뤄진 것은 없다.

그러던 중 지난 1992년 제3차 국토종합계획에서 서천~공주~상주~안동으로 이어지는 동서6축 고속도로를 영덕까지 연결하는 안이 나오자 영덕군민들은 34번 국도는 그대로 두어도 괜찮으니 대신 안동~영덕 고속도로(69km 구간)를 조기 건설해 달라고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시간이 벌써 12년이 지난 것이다.

사업비는 대략 2조여원. 이 사업에는 안동시와 영양.청송군도 가세, 지금까지 수없이 건의문과 진정서를 청와대와 관계 기관에 전달했었다.

◇최종 결정단계 직전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에 전국의 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을 의뢰, 4월말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서 우선 순위를 배정받아야 조기건설이 가능하다.

문제는 타당성 조사에서 안동~영덕간 교통량 전망이나 경제성 분석으로는 투자전망이 좋지 않다는데 있다.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10일 영덕 등 4개 시.군 대표와 가진 간담회에서 "타당성 조사에서 정상적인 수치를 1로 볼 때 영덕~안동간은 0.4를 받았다"고 밝혀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했다.

그러나 영덕~안동간 고속도로 조기건설을 촉구해온 4개 시.군추진협의회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조철로(62) 영덕추진위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의 교통량 조사가 단순히 현재 운행중인 것만 기준한 것으로 알고 있는 만큼 장래 예측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단순히 지금 안동~영덕간을 통행하는 차량은 기대에 못 미칠지 몰라도 고속도로가 뚫리면 50여만명의 포항시민 상당수가 경부고속도 대신 영덕~안동간 고속도로를 이용한다는 것. 이 경우 경부고속도로의 체증을 완화시켜 현재 꽉 막힌 국가 기간동맥의 숨통을 틔울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영덕~안동간 고속도로가 개설되면 포항~영덕~안동~서울을 3시간30여분대에 주파할 수 있어 현재 포항~경주~대구~대전~서울로 이어지는 노선의 5시간보다 훨씬 줄어든다.

아울러 안동 등 북쪽지방의 수출물동량이 장래 안동~영덕고속도로를 통해 수송될 경우 경제적인 효과도 충분하다는 것. 이러한 교통, 경제적 측면에서 다소 부족함이 보이더라도 국토균형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안동~영덕간 고속도로를 다뤄야 한다는 것이 지역민들의 의견이다.

◇영덕군민들은 사활건 사업

영덕군민들은 이 사업에 전력을 쏟다시피하고 있다.

안동시와 청송.영양군도 가세하고 있지만 영덕의 정열만큼은 아니다.

영덕사람들은 이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안동 등 내륙지역의 주민들이 1시간대에 영덕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횟집은 물론 펜션 등 관광산업을 활성화시켜 빈사상태의 지역경제를 다소나마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세형 영덕군 건설과장은 "안동~영덕간 고속도로가 개설되면 현재 4시간30여분 걸리는 서울~영덕간 통행이 1시간 절약된다"며 "영덕 연안바다에서 잡힌 활어 등을 새벽에 수송,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경매를 거쳐 판 후 당일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또 2천여만명에 달하는 수도권 사람들이 당일 영덕으로 내려와 영덕대게를 먹고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 이 과장은 "서울에서 강원도 강릉 해안까지 3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영덕~안동간 고속도로가 개설되면 그 시간이면 영덕에도 올 수 있는 만큼 해수욕장 등 관광산업이 한층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총선 이슈로 대두

안동~영덕고속도로 조기개설 공약은 이번 17대 총선에서 최대 이슈로 대두될 전망이다.

조철로 영덕상공인연합회장 등 상공인들과 영덕군의회 의원들은 "총선출마 후보자들로부터 이 문제 해결과 관련, 서면 확약을 받기로 했다"고 했고, 주민들도 어떤 후보가 타당성 있는 안을 제시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영덕읍 남석리 김봉학(45)씨는 "이번 총선에서 어느 후보가 영덕~안동간 고속도로 개설에 대해 가장 잘 노력할 것인지를 판단해 표를 찍기로 했다"고 했다.

이밖에 영덕~안동간 고속도로 민간추진위원들은 총선 후 이 사업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영덕에서 안동까지 도보로 항의 시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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