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인터넷 수능

"위성방송 수신장비와 인터넷 시스템도 못 갖췄는데 수능 강의를 무슨 수로 보여줍니까" "새벽에 방송되는 강의를 녹화하려면 밤을 새워야 합니다" "학교에서 인터넷 강의를 대형 모니터에 띄우면 글자가 깨집니다". 지난 2월에 발표된 교육방송(EBS) 인터넷 수능 강의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효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고, 그 반대일 거라는 비판도 있었다.

우선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고, 우수한 강사진을 확보해 질 높은 인터넷 강의를 하며, 수능 출제 비율도 높이겠다는 정책이어서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학원 수업보다 경쟁력이 없을 경우 더 큰 혼란만 부를 수 있다는 등의 부정적인 시각이 만만찮았다.

▲어제 새벽 2시33분에 시작된 EBS 인터넷 수능 강의가 시간이 갈수록 접속 폭주로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으나 우려했던 '접속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니 일단은 다행이다.

강의가 시작되면서 최대 접속자 수가 1천명대에 그쳤고, 학생들이 귀가한 밤 11시반 현재 가입자는 8천155명이었으며, 동시 강의 다운로드 접속자 수도 8천533명에 불과해 예상과는 달랐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인터넷 수능 강의가 순조롭게 출발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는 듯하다.

EBS를 통해서는 7만3천명이 실시간으로 동영상 강의를 들을 수 있고, 2만명이 동시에 강의를 내려 받을 수 있다.

또 학교망과 에듀넷으로는 1만8천명의 실시간 수강이 가능해 모두 11만8천여명이 동시 수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고3 학생이 야간자율학습 등으로 학교에 많이 있었다는 점이 더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EBS측도 첫날은 동시 접속자 수가 많지 않았지만 모든 강좌가 인터넷에 올라가게 되는 4, 5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듯이, 아직은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첫날 사이트엔 초급.고급 강의 중 언어영역 2개 강좌 4편과 과학탐구 4편, 제2외국어 4편 등 12편이 탑재됐으며, 오늘부터 26편을 순차적으로 탑재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 0시 현재 누적가입자만도 17만6천550명이어서 동시 접속 가능 인원에 훨씬 못 미치고 있는 형편이다.

▲벌써 서울 강남에서는 EBS 강의를 집중 정리하는 학원들이 생겼고, 다운로드 시스템 등도 미비하다는 지적이 비등하는 판이다.

더구나 자칫하면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국가 제공 문제 풀이에 매달리는 기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직접 얼굴을 맞대는 강의에 비해 학생들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과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도 강조했듯이 사교육 폐단을 줄이고 공교육을 살리는 마지막 기회일는지도 모른다.

교육 당국의 비상한 각오와 총력을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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