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게의 고장 영덕.울진 맛과 비경의 멋진 어울림

"울진 대게의 맛은 임금님도 경탄해 마지 않으신 것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대장금'에 나오는 대사다.

이 대사 하나로 얼마 전까지 영덕과 울진이 시끄러웠다.

몇년째 이어진 양쪽 군(郡)간 대게 원조논쟁이 다시 불붙었기 때문. 영덕과 울진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대게 원조논쟁은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다 아는 해묵은 다툼. 수년째 대게축제를 따로 여는가하면 급기야 최근에는 대형 대게 조형물을 각각 따로 세워 서로 원조임을 주장하고 있다.

울진군의 경우 대게 조형물 설치에 1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였다고.

이와 함께 서로 원조마을 논쟁도 벌이고 있다.

영덕군은 옛 문헌에 실린 일화를 바탕으로 축산면 경정리 차유(車留)마을을 원조마을로 정해 비석을 세웠고, 울진군은 평해읍 거일2리 주민들이 조상 때부터 게잡이를 해왔다며 원조마을로 간주하고 있다.

원조논쟁이 이처럼 끊이지 않는 것은 원조를 규정할 만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데다 두 지역간의 주장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여행객들이 조심해야 하는 것이 한가지 있다.

영덕에서 "울진대게가 낫다"라든가, 울진에서 "영덕 대게가 낫다"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원조논쟁에 대해 일부 주민들은 "어차피 같은 바다에서 잡은 대게들인데 원조가 뭐 그리 중요하노"라며 못마땅해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양쪽 군 관계자는 "대게 원조논쟁 덕분에 전국적으로 대게가 유명해져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매년 늘고 있다"며 "결국 발전적인 방향으로 경쟁해나간다면 양쪽 모두에게 윈-윈 전략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대게 원조논쟁인 셈이다.

◆영덕.울진지역 가볼만한 곳

△영덕대게로(구 강축도로)=강구에서 축산까지의 26㎞에 이르는 918번 지방도로는 흔히 동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길로 일컬을 만큼 드라이브 코스로 더할나위 없다.

쉬엄쉬엄 달리다 보면 1시간은 훌쩍 넘긴다.

망망대해 동해바다를 바라만 봐도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하고 계속 이어지는 어촌마을의 봄 정취도 느끼게 해준다.

그물망에 돌미역을 말려 놓은 모습이 무척 소박해보인다.

갯바위 사이를 힘차게 날아다니는 갈매기떼, 낚시 삼매경에 빠진 낚시꾼들, 뽀얗게 펼쳐진 백사장 등.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해안 풍경들이다.

한참을 가다 언덕배기를 오르다보면 하얀 등대가 솟아있는 해맞이공원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곳에서 바라본 동해바다도 장관이지만 절벽에 피어있는 수선화.동백.진달래 등 온갖 꽃들도 여행객을 유혹한다.

특히 6만본의 수선화는 공원을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여 제주도 유채꽃을 연상시킨다.

산책로를 따라가면 향긋한 수선화 향기가 코 끝을 맴돈다.

띄엄띄엄 시푯말도 있어 낭만을 즐기기 그만이다.

강축도로가 끝날 지점, 영덕의 대게원조마을인 '차유마을'에 이른다.

마을에 내려서면 '대게원조마을'이라는 비석이 서있다.

비문에는 '이 마을에서 잡힌 게의 다리모양이 마을 뒤편 대나무산(죽도산)에서 흔히 보는 대나무와 비슷해 '대게'라고 이름지어졌다'라는 재미난 유래가 적혀있다.

△영덕 복숭아 재배단지=영덕읍에서 34번 국도를 가다보면 만나는 영덕읍 화개리 오십천변과 지품면 일대 15㎞는 연분홍빛 복사꽃 물결로 흐드러진다.

그야말로 무릉도원. 그 은은한 맛에 빠지다보면 넘쳐나는 삶의 욕구를 억누르기 힘든다.

영덕의 복숭아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준 금싸라기 같은 과실이다.

1959년 사라호 태풍으로 황폐해진 농지에 복숭아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이곳 주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복숭아를 심었는데 의외로 잘 자라 지금은 450ha에 이르는 대단위 단지로 성장한 것. 복숭아 하나로 연간 70여억원을 벌어들이는데다 봄이면 상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니 이만한 효자가 없다.

영덕군은 군민의 날인 오는 17일 복사꽃축제를 연다.

영덕군 문화관광과 054)730-6392.

△울진 월송정(越松亭)=7번 국도를 타고 후포항, 평해읍을 지나 울진 방향으로 약 4㎞를 올라가면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면 바다를 바라보는 한 정자가 아련히 보인다.

바로 월송정. 신라시대 화랑들이 이곳의 울창한 송림에서 달을 즐기고 신선처럼 지냈다는 정자로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힐 만큼 명승지. 조선 중기 연산군 때 관찰사 박원종이 지었다고 전해진다.

정자에 올라서면 무성하게 자란 소나무들이 바다를 병풍처럼 막고 있다.

불어오는 해풍이 송림을 거쳐 솔향 그윽한 산들바람으로 변해 온몸을 감싼다.

△울진 성류굴(聖留窟)=울진에 이르기 전, 수산교에서 왼편으로 돌면 2억5천만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종유석과 석순이 펼쳐진 성류굴을 만날 수 있다.

길이 472m의 천연석회암 동굴로 천연기념물 제155호. 임진왜란 당시 굴 앞의 절에 있던 불상을 피난시켰다고 해서 '성류굴'로 부르게 됐단다.

굴 안에는 왕피천으로 통하고 있는 12개의 광장과 5개의 연못이 있다.

동굴은 직선형으로 평탄하다.

연무동석실.은하천.오작교.용신지 등으로 이어지는 광장은 저마다 신비경을 뽐내고 있다.

특히 세 부처가 일렬로 서있는 듯한 삼불상이 압권이다.

울진군 문화관광과 054)785-6393.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맛집:울진의 최대항인 후포항에 가면 항구 초입 맞은편에 대게전문점인 후포수산식당(054-788-7007)이 자리하고 있다.

이집 대게는 크기에 따라 마리당 1만~7만원으로 다양하다.

7만원짜리 박달대게 3마리를 주문하면 4인 가족이 충분히 먹을 만큼 푸짐하다.

특수가위로 뽑아먹는 대게 속살이 무척 달콤하다.

게장밥과 함께 나오는 게탕이 무엇보다 이집의 별미다.

▶가는길:경부고속도로→경주IC→경주→포항→7번 국도→영덕→울진

▶여행수첩

영덕 강구항, 울진 후포항에 유독 대게 전문집들이 몰려있다.

하지만 대게 값이 워낙 비싸 서민들이 불쑥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꼭 이곳 식당가의 대게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조금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면 보통 오전 8시에 열리는 공판장에서 훨씬 싸게 사서 쪄 먹을 수 있다.

아니면 큰 항구를 피해 조금 올라가다보면 조금한 어촌마을들이 많이 있다.

이런 곳에서 싸게 대게를 사먹는 것도 여행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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