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달라진 부패범죄 판결

"당연한 귀결이었다.

..".

7일 오전 대구지법 11호 법정에서 열린 윤영조 경산시장의 선고공판.

재판부가 윤 시장에 대해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는 순간, 발디딜 틈 없이 빽빽이 들어찬 방청석에는 일순 찬물을 끼얹은 듯 정적이 감돌았다.

이어 방청석 곳곳에서 "많이 받았다"는 수군거림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윤 시장의 경우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지만, 이날 판결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뒤이어 선고를 받기 위해 들어오는 김상순 청도군수의 안색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정치자금법 위반에 뇌물수수 혐의까지 받고 있는 김군수에게는 징역 2년 6월이 선고됐다.

재판이 끝난후 방청객들은 "법원이 무서워졌다"고 한마디씩 내뱉었다.

이날 판결을 지켜보면서 부패범죄를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가 예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졌음을 실감하게 된 것은 적잖은 수확이었다.

윤 시장과 김 군수에게 적용된 정치자금법은 지난해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전만 해도 정치인에게 면죄부나 주는 유명무실한 법규였지만, 이들에게는 빠져나올 수 없는 '올가미'가 돼버렸다.

또 이들이 만약 지난해쯤 재판을 받았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관대한 처벌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솔직히 지금까지 법원이 정치인, 고위 공직자 등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푸는 듯한 '솜방망이' 판결을 자주 내려왔던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비싼 변호사를 쓰고 한두 다리 건너면 아는 처지에 매몰차게 선고를 내리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한 법조인은 "요즘 사법부의 의지나 검찰 수사를 보면 우리 사회에 법치가 제대로 서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면서 "'힘있는' 피고인이 대접받는 풍토가 사라지는 때가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엄벌만으로 부패범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제라도 뇌물이나 정치자금을 몰래 주고 받는 구시대적 관행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으련만....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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