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를 보면서 바뀐 선거법 자체에 반대하는 의견은 거의 못 들어봤다.
반면 '선거분위기가 썰렁하다' '정치신인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는 말은 자주 들었다.
정치신인들이 자신을 알릴 기회가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비교의 상대를 바로 잡아야 할 문제다.
정치신인의 예전과 지금을 비교할 게 아니라, 기성정치인과 정치신인 간에 기회에 대한 상대적 우위가 예전에 더 높았나, 이번 선거에서 더 높은가를 비교해야 한다.
선거분위기는 무엇에 비교해서 판단하는 걸까. 그동안 숨겨졌던 부패와 비리가 드러나고, 탄핵정국에 돌입하면서 정치에 등돌리는 유권자들이 더 많아졌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이 선거분위기를 탓하진 않을 것이다.
필경, 지금까지 익숙했던 풍경들이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출퇴근길 길목을 지키고 스피커가 터져 나갈 노래와 율동, 연호하던 일군의 사람들이 안 보인다, 연설회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안 보인다.
관광버스사업에 기여하고 구경하고 얻어먹고 쇼핑백이든 편지봉투든 하나씩 봉투받던 재미가 없어졌다.
이런 것들을 아쉬워하는 유권자들도 있겠으나 그들 자신도 그런 풍경들이 결국 정치비리와 부패를 만드는 퍼즐 조각들임을 알기 때문에 그저 한번, 변한 세태에 대해 말해 보는 것일 수 있다.
각 정당 지도자들의 스타일과 이미지, 대변인들의 정제되지 않은 비아냥이 언론에 넘쳐난다.
후보간 TV토론은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기' 수준을 넘지 못하고, 지역현안보다는 정쟁이나 국가적 과제에 대한 소견 피력이 난무해도 시간만 지키면 그만이다.
국민은 그들 수준만큼의 정치인을 선출한다면서 '16대 국회의원을 뽑은 건 바로 너'라는 핀잔을 받아왔지만, 사실 우리는 우리가 수용하는 언론의 수준에 맞는 정치인을 뽑아 온 것이 아닐까.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쉬운 것이 제도의 변화라고 한다.
인식의 변화가 진짜 어렵기 때문이다.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은 상당 부분 성공했으니, 이젠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 익숙했던 "썰렁하지 않은" 예전의 선거문화를 무엇으로 대체해야 할 것인가. 시민단체들은 그들 각자가 대표하는 집단과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투표참여 독려와 낙선, 당선, 정보제공의 역할들을 하고 있다.
언론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집단과 이해관계를 포괄하기 때문에 시민단체와는 다른 역할이 주어진다.
투표참여 독려, 지역사회의 현안과 의제의 설정, 기성과 신인을 망라한 정치인에 대한 정보제공, 공약의 현실성과 차별화가 드러날 수 있는 심층토론, 달라진 선거법 설명, 새로운 선거문화 정립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앞으로도 일주일의 선거기간이 남았으며, 또 다음의 선거를 대비한 구체적인 기획과 준비가 새롭게 짜여 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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