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우락재선거'(天下憂樂在選擧). 어진 사람을 뽑아 바른 정치를 펴면 세상 모든 사람이 평안하게 되나, 그른 자를 뽑아 정치를 잘못하면 세상 모든 백성이 근심과 걱정으로 지내게 된다(출처 崔漢綺 저 '仁政' 選人篇). 선거관리위가 공공시설물 벽에 조그만 액자를 만들어 써 붙인 글인 데, 유권자들에게 이만큼 호소력 있게 선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글도 드물 듯 싶다.
▲물론 이 글에서의 선거의 개념은 지금의 선거 개념과는 다르다.
혜강(惠岡) 최한기(1803~1877)가 살았던 시대는 조선말 왕정기여서 지금처럼 국민이 대표를 뽑아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이 과거를 보아 유능한 국가동량을 선인(選人)하거나 초야에 묻힌 인재를 천거(薦擧)받는 방법으로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라의 흥망은 국민이 뽑은 선량(選良)이나, 임금이 뽑은 백관(百官)이 정치를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보아 선거를 중요시한 점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최한기는 동아시아 기학(氣學)의 완성자로 일컬어진다.
그는 기(氣)는 하나이면서 여럿이라고 말해 심(心) 신(身) 인(人) 물(物) 세상만사에 개별적인 것과 총체적인 것 두가지 다가 소중하다고 하고, 다같이 천기(天氣)에 순응하며 운화해야 만사가 형통(亨通)한다고 했다.
이를 음악에 비유 큰 음악은 한 음(音)만을 취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소리를 고르게 모아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 했다.
마찬가지로 인간사회도 개인과 집단간 조화와 협력이 필수적이며, 천기에 순응하는 정치가는 이를 잘 조절하는 천품을 지닌다고 했다.
▲최한기는 '인정'(仁政)에서 인재등용의 방법을 측인(測人), 교인(敎人), 선인(選人), 용인(用人) 4단계로 구별하고 이를 엄격히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측인은 인품이나 능력을 살피는 것을 말하며, 교인은 백성을 교화시킴과 동시에 다른사람의 가르침을 새겨 들을 수 있는 인물인지를 따지는 것을 뜻한다.
선인은 측인과 교인에 통과한 사람을 뽑는 것을 말하며, 용인은 선발한 자를 적재적소에 앉히는 것을 말하는데 사람을 뽑아 쓰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앞으로 일주일 남은 17대 국회의원 선거는 사람 뽑기가 더 힘들어졌다.
선거판이 진보와 보수, 친노와 반노, 젊은층과 노년층으로 갈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인물이나 정책대결은 뒤로 밀려났다.
입후보자들이 내놓는 공약도 시장이나 군수.구청장이 할 일들과 구별되지 않아 식상하기는 마찬가지며, 지역주의를 없앤다고 하면서 지역주의를 더욱 부추긴다.
이럴땐 차라리 녹색, 기독, 노년 등 군소정당에 내 한표를 찍어 다양한 음악소리를 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최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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