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덩치만 큰 약골'

'길버트 그레이프'는 비만 문제를 제기한 영화로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됐었다.

미국의 작은 시골에서 홀어머니와 정신박약아 등이 가족인 '암울한 가정'을 떠맡은 한 청년의 무기력한 삶이 주제다.

이 영화에는 몸무게가 200㎏ 넘는 어머니가 등장하며, 그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막이 내린다.

그런데 그 어머니가 죽자 가족들은 심각한 상황과 마주친다.

시신을 옮기지도 못하고, 놀림감이 된다는 이유로 결국 집과 함께 불태운 뒤 뿔뿔이 헤어지는 비극을 연출한다.

비록 영화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비현실적인 얘기이기만 할까. 미국에서는 해마다 170만명이나 비만 때문에 숨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인가, 부시 대통령은 "애국하려면 제발 자기 몸부터 돌보라"며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한 적이 있다.

심지어 비만은 '지구촌 최대의 역병'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몇 년간 비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오히려 너무 지나치다 싶을 만큼 비만 치료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공부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은 이 문제에서 방치되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체격은 계속 커지고 있지만 체력과 체질은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인적자원부의 '2003년도 학생 신체검사 결과'에 따르면, 남학생의 키는 10년 전보다 평균 2.82㎝ 커진데 반해 몸무게는 4.30㎏ 늘어나 비만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고3 남학생은 20년 전에 비해 5cm 정도 커졌으나 몸무게는 10㎏ 가까이 늘어나 비만 현상이 심각한 형편이다.

▲상대적으로 여학생은 키가 10년 전보다 2.11㎝ 커졌으나 몸무게는 2.28㎏ 늘어나 남자보다 비만도가 낮다.

그러나 체질이 약해지긴 마찬가지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10명 중 4명이나 근시이며, 충치.피부질환.목질환 등도 크게 늘어나 환경오염과 잘못된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체질 약화를 부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표준체중을 50% 이상 초과한 '고도비만' 비율도 평균 0.82%로 늘어났으며, 하반신이 길어지는 '서구화' 체형이 두드러졌다.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영국 속담이 떠오른다.

청소년들은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당분과 지방질을 과다 섭취하지만 운동은 턱없이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활동공간이 좁아진 데다 쉴 때도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며, 걸을 겨를도 거의 없다.

말하자면 '우유만 마시는' 꼴이다.

덜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게 비만의 해법이라고 하나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아무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가르침이 새삼스럽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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