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탄핵정국이 보여줄 희망

바라바시의 책 '링크'는 우리가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긴밀한 연관관계를 가지고 살고 있는가를 말해 주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이나 열대우림지역의 원주민이나 에스키모, 이런 모든 사람들과 우리들이 서로 단지 여섯명 정도의 사람들만 거치면 서로 연결된 사슬에 묶여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거미없는 거미줄'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인 셈이다.

우리 사회는 독특한 문화전통을 통해 그러한 긴밀한 인간관계의 그물망은 더 촘촘하고 더 끈끈하다.

지금 우리사회는 탄핵이라는 법률가들에게도 생소한 제도로 온 나라가 벌집을 쑤신 듯하다.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의결되자마자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촛불시위로 나타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이어지는 국민의 분열현상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오늘날만큼 이 사회가 다양하게 분열된 적은 없었다.

해방 후는 우익, 좌익으로 분열되었고, 그 후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오다가 영.호남 지역주의라는 뼈아픈 혼돈을 겪어 왔고, 지금은 세대간 분열이라는 전대미문의 현상까지 나타나 그야말로 분열될 것은 다 분열되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건국 이후 여러 차례 국론분열로 인한 혼란으로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항로 속에서도 대한민국호는 발전적 성장을 하여왔다.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어 '대한민국호'는 선장없이 갑판장에 의해 운행되고 있는 불안한 상태이지만 현 단계로서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으로 우리나라가 어느 소수 개인이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라 제도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라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고 있는 것, 그것이 탄핵정국이 '보여주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를 위한 대실험을 하고 있다.

그 실험을 위해 최고 통치권 공백기간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할 것이지만, 국민 모두가 인내를 가지고 지켜보면 최고의 권위자들이 모여 최대의 기량을 발휘하는 헌법재판정에서 모든 것이 가려질 것이다.

탄핵재판이라는 거대한 공방의 장을 통해 무엇이 민주주의이고, 대통령의 길이 무엇이고, 앞으로 대통령이 어떤 것을 할 수 있으며, 또 해서는 안되는지에 대한 기념비적인 판례가 형성될 것이다.

또 그것으로 탄핵절차가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국민에게 봉사할 것을 촉구하는 살아있는 법으로 발견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탄핵에 대해 어떤 결정이 나든 우리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서로가 다를 수는 있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선에서 우리의 선택이 미래를 밝힐 것을 믿는 것이다.

이것이 탄핵정국이 '보여줄' 희망의 메시지이다.

정재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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