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 대구시 수성구 황금네거리에서 좀체 볼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총선에서 수성갑.을에 나란히 출마한 열린우리당 김태일, 윤덕홍 후보가 '대구.경북에서 싹쓸이만은 막아달라'며 이틀째 유세차량 위에서 '단식호소'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대구대 총장을 지낸 윤 후보의 유세차량에는 비례대표 6번을 받아 당선이 기정사실화되는 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도 동승해 있었다.
선거운동을 사실상 포기하고 전직 총장 2명 등 교수 출신 3명이 '단식'이란 극단적 선택을 한데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 시민은 "정치 쇼를 하느라 선거운동마저 하지 않는 것은 유권자 무시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총장 출신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단식이란 비이성적 수단을 동원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도 있었다.
반면 "지역의 정치 현실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런 극단적 선택을 했겠느냐"란 동정론도 적잖았다.
"제자들의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대학 총장 출신이 길거리로 나앉는데 고민이 적잖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윤 후보 등은 "우리를 찍어달라고 단식 호소하면 정치 쇼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는 단 1석이라도 대구에서 비(非)한나라당 의석을 내달라는 것"이라며 "제발 정동영 의장이 노인을 폄하한 데 대한 노여움을 풀고 대구를 위한 선택을 해달라"고 했다.
총선에서 후보가 단식하는 '사건'은 좀체 보기 드문 일로 그것도 대구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총선 판세가 한나라당이 우세한 양당구도로 짜여 가는 마당에 지역의 지도급 인사들도 일당 독주의 폐해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
하지만 '싹쓸이는 안된다'고 하면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라'는 말과 같아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꺼리는 분위기다.
결과가 그렇다면 싹쓸이도 분명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민의(民意)다.
그러나 이번만은 지역주의에 기반한 몰쏠림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민의도 만만찮다.
총선을 이틀 남겨둔 지금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고 다른 사람의 선택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사회2부.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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