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노인은 '퇴물' 아닌 '사회의 거울'

"늙으면 죽어야지", "오래 살아 뭘 하나" 하고 노인들이 스스로의 입지를 서글프게 생각해서 자탄하는 경우가 많지만, 내심으로는 젊은이들이 노인에 대해 대접을 소홀히 함을 섭섭해하는 말일 수 있다.

그렇지만 젊은이들이 직접 노인들에게 이제 쓸모없는 존재이니 가정이나 사회에서 "뒷방 늙은이로 가만히 있어라"고 한다면 얼마나 불쾌할까? 이것은 마치 자기의 무능을 자책할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이 자기를 무능하다고 한다면 크게 화를 내는 것이나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60, 70대는 투표를 안 해도…"라는 노인을 폄하하는 발언에 노인들의 분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이렇게 탄핵정국으로 국정이 혼란한 때에는 마땅히 원로들의 자문을 구해서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국민들이 화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발언으로 60, 70대 노인들에게 정치적 '고려장'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이다.

발언자가 스스로 노년층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마땅히 노인복지를 위한 참신한 정책들을 제시함으로써 노인들이 호감을 갖도록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노인들은 그 동안 오늘의 이 나라를 있게 한 원로들인데 이토록 비참하게 폄하해서야 될 말인가! 퇴역한 노인들은 쓸모없다는 등식은 있을 수 없다.

평균 수명이 극도로 길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퇴직한 노인들을 쓸모없는 존재로 생각한다면 국가는 급증하는 노인들을 무엇으로 부양할 것이며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부양하는데 얼마나 어깨가 더 무거워질 것인가.

정치일선에서 기성 정치인(노인)은 물러나고 젊은 피를 수혈한 결과가 고작 이것이라면 너무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것은 바로 올바른 조언자(노인)가 없었다는 말인데 그런데도 늙은이들이 쓸모없다고 일축할 것인가. 가정이나 사회나 국가의 구성은 어느 한 세대만으로는 원만하게 운영될 수 없음을 익히 보아왔던 일이 아닌가.

언행이 일치하지 않고 말의 성찬으로 유권자들을 현혹하려는 정치인에게는 최소한의 정치도의에 대한 자각을 촉구한다.

각 정당이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얻어 지역갈등을 없애겠다는 마당에 세대간 갈등의 골을 깊이 파겠다는 말인가. 늙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없다는 자연의 섭리를 깨닫고 모쪼록 자중해야 한다.

더이상 말만의 성찬은 엄청난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지난 4월 10일 보도된 장애인의 투표 편의를 위해 차량을 제공하듯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도 최대한의 투표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노인들의 투표율이 어느 연령층에 못지 않게 높아지도록 강력히 정부에 요구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과가 아닐까. "정치는 열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높은 경륜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고수환(안동대학교 명예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