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람이 앗아간 '脫지역주의'

간밤을 뒤흔든 태풍이 멎었다.

17대 총선은 소수여당 열린우리당의 승리, 탄풍(彈風)의 승리로 끝났다.

지역구 129석과 비례대표 23석을 합해 과반수를 턱걸이한 152석의 '여대야소'다.

이번 선거에서 재입성한 현역의원은 32%(95명)에 그친데 반해 초선의원이 188명으로 63%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조순형.추미애.박상천 등 중진들이 줄줄이 낙마(落馬)했고 JP는 10선의 벽에서 추락했다.

연령으로도 83%가 50대 이하다.

엄청난 인적혁명이다.

5%선에 그쳤던 여성 국회의원이 무려 13%, 39명이나 합격, 여성파워에 청신호를 울렸다.

무엇보다 진보의 색깔을 뚜렷이 내건 민주노동당이 50년 의정사상 처음으로 제도권 진입에 성공했다.

그리고 '돈선거'는 사망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단 '정치적 연금'에서 해금됐다.

그러나 실패한 것도 있다.

제1당과 제2당 모두 전국정당화에 실패, 지역주의의 실존(實存)을 체감해야 했다.

민주당과 보수원조 자민련은 몰락했다.

이런 것들이 17대 총선의 주요변화다.

박풍(朴風)과 노풍(老風)은 한나라당을 참패의 늪에서 구해줬으나 탄핵의 열풍앞에 소멸됐다.

국민은 열린우리당에 승리를 주면서 주문했다.

개혁정치에의 주문, 민생(民生)을 살려놓으라는 주문이다.

대권과 의회권력의 충돌로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 국민들이 여소(與小)를 여대(與大)로 만들어준 목적이다.

정책정당으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실패한 '우리당'에 힘을 심어준 국민의 뜻을 깊이 새겨야 한다.

박수는 어젯밤으로 끝내고 곧바로 할일 챙기기를 시작해야 한다.

이제야말로 열린우리당은 중대한 책무를 떠안았다.

국정의 순항(順航), 개혁드라이브의 과제, 찢어진 민심의 통합이 그것이다.

이젠 시행착오를 거듭할 명분도 없다.

'네탓'이라고 떼를 쓸 자격도 없다.

그러나 밀어붙인다고 해결될 일도 없다.

국민은 '우리당'에 과반수의석이란 압승을 주었지만 동시에 한나라당에 '121석의 견제기능'도 인정해 주었다.

여당 독주가 아니라 대화.협상을 통한 상생의 정치를 주문한 것이다.

냉정히, 총선의 쇼크가 숙지면 선거의 후유증은 되살아나기 십상이다.

탄핵정국은 어쨌든 지속중이다.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 괴리현상도 진행형이다.

여기에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의 제도권 진입은 국회운영 구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진보 대(對) 보수의 이념적 충돌이 부딪히는 '쨍그렁' 소리가 여의도를 시끄럽게 할지도 모른다.

이런 숱한 쟁점과 난제속에 먹고 사는 문제, 교육의 문제 등은 발등의 불로 떨어져 있다.

한마디로 총선 후의 정국은 엄청나게 유동적이다.

노 대통령 탄핵의 건(件)도 해결의 선(先)순위로 올라와 있다.

어찌할 것인가. 지난 1년 동안 내팽개쳐 온 상호존중, 대화와 타협의 카드를 꺼내들어야할 때가 지금이다.

정책정당화를 내걸고 한국의회주의의 신기원을 이룩한 민주노동당 또한, 원내세력으로서 의회주의의 '룰'에 의한 협상의 정치에 확실하게 동참해야 한다.

정당명부제의 첫 도입에 의한 비례대표'+8'이 길바닥에서 거저주운 지갑이 아니기를 국민은 격려하며 지켜볼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그 귀추가 가장 주목됐던 '탈(脫)지역주의'의 좌절은 가장 뼈아픈 상처로 남겨졌다.

열린우리당은 대구.경북에서의 교두보확보에 실패함으로써 향후 TK세력과의 관계정립에 큰부담을 안게 됐다.

지역민으로서는 또 대여창구를 잃은 것이다.

이점 대구.경북을 싹쓸이한 한나라당 26명의 국회의원들은 '반사적 이익'에 의한 당선에 숙연히 반성해야 함을 지적한다.

박풍(朴風)에 정동영의 노풍(老風)이 주마가편(走馬加鞭)한 덕분임을 직시하라는 말이다.

한나라당은 총선 패배를 "바람 때문에"라고 말하지 말기 바란다.

총선공약으로 맹세한 바 '네거티브'정쟁의 종식, 미래지향적인 대안(代案)정당으로의 부활만이 4년후를 약속해주는 것이다.

이제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가기를 권한다.

여당은 여당답기를 바란다.

야당은 야당답기를 바란다.

이젠 탄핵정국의 단물을 버리고 '희망의 정치'를 열어야 한다.

정쟁은 이제 그만, 생산정치에 몰입해야 한다.

여야 함께 먹고사는 문제에 당력을 총집중 시키는것, 그것이 총선민심의 방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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