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손을 거쳐간 휠체어처럼 장애인들의 삶도 '씽씽' 잘 달렸으면 합니다".
대구 서구 평리동에서 '신일 휠체어 병원'을 운영하는 신동욱(51)씨에게 이번 장애인의 날(4월20일)은 조금 특별하다.
그동안 무료로 수리해준 휠체어가 3천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7년간 대구 장애인재활협회의 '장애인 보장구 무료수리' 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많은 장애인들의 '발'을 고쳐줬다.
이런 공로로 서구 구민상, 보건복지부 장관상 등을 받았고, 상금으로 휠체어를 사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복지관 선생님들이 마음은 앞서는데 기술은 부족하더라구요. '내가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에 손재주만 믿고 무턱대고 나섰죠".
7년 전 신씨는 지체장애1급인 아들(21)의 휠체어 수리를 받으러 다니다 아예 봉사의 길로 나섰다.
전문 수리업체가 없어 휠체어가 고장나면 불편하기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던 것. 그러다 보니 복지관에서 고쳐주더라도 '그냥 굴러가는 수준'이었고, 또 그 정도 불편함은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당연시되던 시절이었다.
신씨의 휠체어 병원은 고작해야 5~6평. 그러나 타이어가 닳고 바퀴의 살대가 떨어지거나 브레이크가 고장난 휠체어, 시트.등판이 늘어진 휠체어들도 이곳에서 매번 새 '생명'을 얻는다.
출장 서비스를 주로 하면서도 매주 복지관, 아파트 등에서 15~20대의 휠체어를 고쳐왔다.
장애인 재활협회에서 부품을 많이 지원 받지만 집에서 쓰다 남은 부품을 재활용하기도 한다.
"낡아서 버려야할 지경의 휠체어를 수리해달라고 들고 올 때가 가장 안타까워요. 또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못한 이들 가운데는 비싼 수리비가 부담스러워 그냥 타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는 장애인들조차도 자신이 타고 있는 휠체어가 환자용인지 장애인용인지, 제조회사가 어디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아쉬워했다.
신씨는 5년전 한 왜소증 장애인의 부탁을 받고 일반 휠체어의 2분의 1 사이즈인 '꼬마 휠체어'를 만들어 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내 몸에 맞는 휠체어를 꼭 한번 타보고 싶다'는 말에 신씨는 3, 4일을 뚝딱거려 근사한 휠체어를 만들어냈다.
"기계를 수리한다기보다 장애인들의 신체 일부분을 고쳐준다는 생각을 해요. 조그맣게 시작한 일이 벌써 3천대를 넘고 보니 사명감도 생기네요".
신씨는 장애인의 날, 하루만이 아니라 1년 365일 우리 이웃의 어려운 장애인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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