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때문에 직장을 얻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당연히 자신의 외모가 신통치 않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다.
그들은 대부분 직장을 얻으려면 필수적으로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다.
민족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대부분 취직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외모가 출중해도 내면이 부실하면 단기간에 호감을 상실해 버린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특히 여성들의 외모에 대한 집착은 죽음도 불사한다.
성형수술을 하더라도 마이클 잭슨 같이 불행한 결과가 자신에게는 오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도 수차례나 성형수술을 감행하는 여자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다 목숨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어떤 여성은 턱을 깎는 수술을 하다가 부작용으로 내부출혈이 목구멍과 기도를 막아서 호흡곤란으로 사망해 버린 사례도 있다.
또 어떤 여성은 지방흡입수술을 받았는데 지방세포가 혈관으로 들어가 체내를 떠돌아 다니다가 폐로 침투해서 지방색전증으로 사망해 버린 사례도 있다.
그렇거나 말거나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외모지상주의가 세계평화주의보다 몇 배나 높은 관심사로 부각되는 시대를 맞이했다.
얼짱시대가 청소년층을 사로잡더니 몸짱시대가 청장년층을 사로잡았다.
외국의 유명 브랜드는 대한민국에 들어오기만 하면 무조건 성공을 거둔다는 소문이다.
외모지상주의가 범국민적으로 사치와 허영을 충동질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답고자 하는 욕망에 무슨 죄가 있으랴. 어디를 가더라도 추남추녀보다는 미남미녀들이 환영을 받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외모를 가꾸는 일에는 병적으로 신경을 쓰면서도 내면을 가꾸는 일에는 대체로 무관심하다는 사실이 문제다.
일군의 심리학자들은 외모지상주의를 내면적 빈곤감에서 비롯되는 열등의 산물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외모를 치장해도 내면적 빈곤감이 극복되지는 않는다.
안타깝게도 외모지상주의자들은 대부분 책을 별로 가까이 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화장품을 살 때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책을 살 때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책을 읽는 순간보다는 거울을 보는 순간이 휠씬 즐겁다.
그러나 책이야말로 내면적 빈곤감을 가장 빨리 충족시켜 주는 정신의 양식이다.
한 번 발라서 평생 기억되는 립스틱은 없어도 한 번 읽어서 평생 기억되는 수필집은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책을 많이 읽지 않는 편이다.
믿을 만한 통계에 의하면 1년 동안의 국민 1인당 평균 독서량이 고작 1.8권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아직까지 출판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기적이다.
가장 책을 많이 읽어야 할 대학생들도 요즘은 그다지 책을 읽지 않는다.
가장 빨리 망하고 싶으면 대학가에다 서점을 차리라는 말까지 생겨날 지경이다.
대학생들은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술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휠씬 더 많다.
그래서 대학가에는 술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런 풍조 속에서 아직도 대학가 어딘가에 살아남은 서점이 있다면 그것 역시 놀라운 기적이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신체적으로는 우량한 편이지만 정신적으로는 허약한 편이다.
신체적 발육을 도와주는 영양소만 열심히 공급하고 정신적 발육을 도와주는 영양소는 별로 공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허약한 사람은 고통이나 슬픔을 인내하는 미덕이 부족하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어려움이 닥치면 쉽게 포기해 버리고 만다.
그러면서도 외모 지상주의에 빠지면 얼굴만 성형할 궁리를 하지 정신을 성형할 궁리는 하지 않는다.
자고로 대한민국 국민들은 식사하셨습니까 라는 인사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해 왔다.
길거리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식사하셨습니까로 예의를 차린다.
그러나 오늘날 식사하셨습니까 라는 인사말을 듣고 육신의 식사뿐만이 아니라 정신의 식사까지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그래도 날밤을 새우면서 굳세게 글을 쓰는 작가들이여, 영광이 있으라. 그래도 날밤을 새우면서 굳세게 책을 읽는 독자들이여. 축복이 있으라.
이 외 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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