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짧은 봄이다.
찬바람이 그치나 싶더니 어느새 뙤약이다.
계절의 변화를 옷 갈아입기에서나 느낀다면 불행한 일. 청소년들에겐 더욱 그렇다.
자주 밖으로 나가 역동적인 자연을 느끼기 힘들다면 집 안으로 자연을 가져오자. 삭막한 아파트 베란다도 잘만 꾸미면 멋진 정원이 된다.
생생한 자연학습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왕이면 관찰일기까지 쓰도록 해 보자.
◇꽃보다 작물이 낫다.
생명의 신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데는 꽃보다 작물을 키우는 게 더 효과적이다.
집 앞 텃밭이나 베란다에서 키우기 좋은 작물로는 미나리.시금치.상추.파 등을 들 수 있다.
미나리는 줄기를 조금 남기고 자른 뿌리를 심는다.
병에 물을 넣어 담가 둬도 잘 자란다.
상추는 씨를 뿌린 뒤 일주일 정도면 싹이 튼다.
20일 정도 자라면 간격을 두고 옮겨심기를 해 다시 보름 정도 지나면 먹을 수 있다.
감자는 묵은 것 가운데 싹이 나온 것을 화분에 심는다.
감자 눈 부분을 중심으로 서너 조각 낸 다음 감자 눈이 아래로 향하게 놓은 후 감자 크기 3배 정도로 흙을 덮는다.
고구마는 싹이 나온 것을 심어두면 새싹이 자란다.
4월에 감자, 5월에 고구마를 심어 6~7월에 감자, 가을에 고구마 캐기를 할 수 있다.
텃밭이나 화분이 마땅치 않다면 입구가 넓은 유리병에 수경 식물을 키우는 것도 좋다.
잘 자라는 것으로는 무순이나 콩나물, 미나리, 대파 등이 있다.
◇씨앗 심기와 모종 심기
씨앗 뿌릴 화분이나 상자를 준비하고 물 빠짐을 위해 양쪽에 구멍을 뚫어 놓는다.
그 위에 화분 배수판을 얹고 흙, 톱밥, 마사토, 석회, 비료 등을 섞은 배양토를 상자 안에 넣는다.
상자안의 흙을 평평하게 편 다음 흙을 눌러 주어 씨앗을 뿌릴 이랑을 만든다.
씨를 뿌리고 다시 씨앗의 3배 정도 두께로 흙을 덮어 준다.
상자 위에 신문지를 덮고 흠뻑 젖을 정도로 물을 뿌린 뒤 5~7일 정도 기다리면 싹이 난다.
본잎이 3,4장 올라오면 모종을 하는데 텃밭이 없다면 다른 상자에 흙과 퇴비를 3대1~5대1 비율로 섞어 넣고 손 한뼘 간격으로 옮겨 심는다.
모종을 심을 경우에는 잎이 두껍고 줄기가 굵으며 마디와 마디사이가 짧은 것으로 고르는 것이 좋다.
잎이 시들거나 연초록색이거나 마디와 마디사이가 길고 아래쪽 잎이 작으면 줄기가 가늘고 잎이 얇아 좋지 않다.
◇준비부터 꼼꼼히
먼저 화분은 5호에서 8호 사이의 크기를 사용하는 게 적당하다.
호는 화분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1호는 지름이 3cm이다.
질화분, 플라스틱 화분, 플랜터 등이 많이 쓰인다.
질화분은 흙으로 빚은 것으로 무겁기는 하지만 잘 깨지지 않고 공기가 잘 통한다.
플라스틱 화분은 가벼워서 사용이 편하지만 공기가 잘 안 통해 흙이 쉽게 마르지 않으므로 물을 자주 주지 않는 것이 좋다.
플랜터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1m 정도의 사각화분을 말한다.
정원 없는 아파트에서 쓰기에 적당하다.
흙은 부엽토가 좋다.
꽃가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화분에 흙을 담을 때는 밑바닥에 깔창을 깔고 그 위로 자갈-흙-고운 점토 순으로 얹는다.
흙은 모래 10%, 부엽토 30%, 흙은 60% 정도로 섞으면 된다.
비료는 화학 비료와 유기질 비료 모두 쓸 수 있지만, 자녀와 함께 계란 껍질이나 조개 껍데기 등을 가루내서 직접 만들어주는 것도 좋다.
◇학습으로 연결하기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대화다.
식물 재배의 의미를 깨닫고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배할 작물의 종류를 결정하고 화분을 고르고, 씨앗을 심는 과정은 대부분 자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다.
결정을 존중하고 도와주면 자녀는 더욱 적극적이 된다.
키운 작물을 식탁에 올려 가족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자녀가 느끼는 보람은 더욱 클 것이다.
흔히 관찰일기를 쓰게 하는데 억지 학습은 역효과만 불러올 수 있다.
관찰과 기록에도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다음 번 재배를 위해, 혹은 더 많은 수확을 위해 등은 좋은 동기가 될 수 있다.
처음부터 잎, 줄기, 뿌리 등을 세밀히 관찰해 그리게 하거나 꼼꼼히 정리하도록 하면 금새 지친다.
사진을 찍게 하거나 식물도감, 백과사전 등의 자료를 활용해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대화가 더해지면 금상첨화. 식물 재배를 통해 느낀 점, 자신이나 가정이 달라진 점 등을 이야기해 보고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고마움을 깨달을 수 있다면 효과 만점이다.
글.최두성기자 사진.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