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와 경제.사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랑스 경제사학회 회원 80명이 경남 합천군 법보종찰 해인사를 찾아 참선에 들었다.
23일부터 1박2일간 일정으로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일행은 이날 오후 6시쯤 해인사에 도착, 짧은 일정이지만 한국 불교의 전통과 정통 선불교를 체험했다.
스님들이 입는 승복과 비슷한 수련복으로 갈아 입은 일행은 '침묵과 함께 한 톨의 밥알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발우공양이 마냥 신기한 듯 진지함을 보였다.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대적광전에서 예불을 올리고, 큰 스님 법문의 오묘한 뜻을 새기고, 불교식 전통 다도를 익히며 다향(茶香) 가득한 절집의 딱딱한 온돌 바닥에 몸을 눕혀 깊은 잠에 빠진다.
새벽 3시, 고요히 잠든 삼라만상을 놀라게 하지 않고 작은 소리로부터 깨운다는 목탁소리에 고요히 잠든 낯선 이방인들은 잠에서 깨어난다.
새벽 예불과 함께 참회의 108배를 서툴게 올리고, 약 1시간 동안의 묵언참선에 빠진다.
날이 밝자 성철 스님이 계셨던 백련암과 인근 사찰을 순례하고, 해인총림 산문을 나서며 합장한다.
이 행사에 참여한 쟈크 마르세이유(파리1대학 역사학과 교수) 회장은 "한국의 불교문화 체험은 난생 처음이지만 충격적"이라며 "가족과 함께 다시 한번 찾겠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에서 동양의 정신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현각 스님(미국인)의 포교 활동으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번 체험을 디딤돌로 지속적인 관계교류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
해인사 포교국장 현진 스님은 "유럽에서도 프랑스는 불교 관심 인구가 600여만명에 이른다"며 "지식인 계층의 학자들이 생소한 한국불교의 진수를 체험한 것은 앞으로 한.불간 우호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행은 한국의 고속철도 개통을 계기로 한.불 양국의 우호를 다지기 위해 지난 17일 방한했다.
그동안 불국사.석굴암, 통도사.범어사 등 사찰과 경복궁.수원 화성.판문점 등을 둘러본 뒤 해인사의 불교체험을 제안했다는 것.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기업체 방문, 고려대.아주대 등에서 국내 역사학자와 공동 세미나를 연 뒤 오는 26일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
아울러 최근 들어 주한 외교사절들의 안동 방문이 부쩍 늘고 있다.
전통 양반과 선비문화를 직접 체험하면서 조선시대 생활문화에 내재(內在)해 있는 사상을 이해하는 것이 목적.
22일에는 온두라스 우마나(Umana) 대사 부부를 비롯해 브루네이.모로코.스위스.베네수엘라.덴마크.페루 등 7개국 12명의 외교관들이 안동을 방문했다.
사절단 일행은 하회마을과 부용대, 겸암정사 등을 답사하고 저녁에는 전통한옥인 지례예술촌에서 식사와 숙박을 한 뒤 23일 도산서원을 찾았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방글라데시 국제교류단, 3월에는 중국 한국문화교류단과 동티모르 국회의장 일행, 4월에는 핀란드와 호주 캐나다 대사 일행이 안동을 방문했다.
이들은 안동지역 답사를 통해 조선시대 건축과 그 공간 속에서 살았던 선비들의 생활문화와 유교적 정서, 그리고 우리 고유의 미적감각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며 반기고 있다.
이날 안내를 맡은 최선호 교수(한국전통문화학교)는 "주한 외교사절들의 안동방문은 단순 관광을 떠나 문화간 우월이 아닌 차이를 느끼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했다.
안동지역은 지난 99년 엘리자베스 영국여왕 방문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으며,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안동을 조선시대 양반문화체험장으로 택했다.
안동.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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