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경영학부를 2003년 2월 졸업한 김정민(27.가명)씨는 지난 1년동안에 명함을 네차례나 바꿨다.
김씨는 고향인 대구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대구의 한 중소기업에 입사했지만 대기업보다 월급이 너무 적은데다 기업문화도 폐쇄적이어서 장래성이 없다고 판단, 2개월만에 사표를 던졌다.
뒤이어 1년 계약직으로 들어간 한 정부기관에서도 정규직과의 차별때문에 고민하다 역시 6개월만에 그만 뒀다.
"지난 1년동안 5개 회사.기관을 거쳤지만 마음을 굳힐 만한 곳은 없었습니다. 가족과 친구가 있는 대구에 정착하려면 삶의 눈높이를 낮추는 것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더군요".
결국 그는 지난 2월 서울행을 택했다.
김씨가 졸업한 경영학부는 대구.경북에서 취업률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 올해 180명이 졸업했는데 대학원 진학 등을 이유로 직장 생활을 미룬 이들을 빼고 70명이 취업했다. 하지만 이들중 대구에 본사를 둔 회사에 취직한 졸업생은 6명에 불과하다. IMF 전인 지난 97년에는 졸업생 120명중 30여명이 대구의 기업에 입사했었다.
대학의 취업상담실 관계자는 "그나마 괜찮은 직장으로 인식돼던 금융기관과 건설회사 등이 모두 쓰러지면서 이제 대구에는 우수한 인력이 있을 곳이 거의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대구의 노령화'는 일자리 문제와 직결된다.
만 15세부터 29세 사이 '청년 실업률'을 보면 대구는 지난해 8.2%로 전국 평균 7.3%를 0.9% 포인트나 앞지르고 있으며 지난 2002년에는 8.8%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구조적인 실업난을 겪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학교를 마쳐도 사무직은 물론 생산직도 몸담을 만한 직장이 별로 없다보니 젊은 이들이 너도 나도 서울 등 수도권으로 떠날 수 밖에 없는 것.
실제로 IMF 이전만 해도 근로자 300인 이상의 기업체가 대구에 37개이던 것이 2003년에는 15개로 줄었다. 인구수가 대구와 비슷한 인천은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이 75개, 인구 100만인 울산이 46개인 것과 비교하면 대구의 경제 규모가 얼마나 열악한지 단번에 알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구 고용안정센터에 구직을 의뢰한 사람이 12만6천266명이었던데 비해 구인자는 8만994명에 불과해 4만5천여명의 일자리가 부족했다.
지역 대학의 90학번인 정연준(34)씨는 "대구에 있는 대학 동기들이 모임을 가지는데 참석자가 매년 줄고 있다"며 "한때 30명에 육박하던 회원들이 이제는 10명도 되지 않아 멀지 않아 동기회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춘근 대구.경북 개발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지역의 인재들이 대구를 등지고 있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지역의 미래가 없다"며 "단순히 수치상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단기 처방이 아니라 이들에게 '일할만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의 열악한 경제 상황이 젊은 인력의 대구 이탈을 부추기고, 이는 대구의 어두운 미래로 직결되는 만큼 괜찮은 일자리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대구 테크노폴리스 계획 등을 서둘러 추진하고 연구기관, 정부공공기관 등의 유치를 대구시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이는 대구의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최창희 기자 한윤조 기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