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짱'주부 이영미의 요리세상-부추 북어국

내 자랑 중의 하나가 이가 참 튼튼하다는 것이다.

나이 40이 넘도록 치료받은 이 하나 없이 살아왔으니 자랑할만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활짝 잘 웃는 내 모습을 보며 하는 주변 사람들의 한 마디.

'이가 참 고르게 났군요'.

이 만큼은 자신이 있었는데 며칠 째 뜻밖의 치통으로 엄청 고생을 했다.

병원에 가라는 충고를 외면한 채 미련을 떨다 토요일 퇴근 후 집 근처 치과를 찾았지만 오후 진료는 안 한단다.

할 수 없이 진통제를 사 먹었는데 그것조차 탈이 나 주말 내내 거의 초주검이 되어 지냈다.

이가 좋은 것이 큰 복이라는 의미의 속담 '자식은 오복이 아니라도 이는 오복에 든다'는 말을 이렇게 실감하기는 처음이었다.

원래 오복은 수(壽.오래 삶), 부(富.재물이 많음), 강녕(康寧.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함), 유호덕(攸好德.어진 덕을 닦아 남에 베품), 고종명(考終命.제 명대로 살다가 평안한 죽음을 맞음)을 말하는 것이고 이가 좋은 것이 오복에 직접적으로 속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가 아프니 제대로 먹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것을 보니 건강한 이는 오복 중 수와 강녕의 기본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제까지 튼튼한 이 덕분에 내가 오복 중 강녕은 누리며 살아온 것이 맞구나 싶다.

복(福)이라는 글자가 나오면 절대 지나치지 못하고 박쥐이야기를 해야하는 것을 보니 나는 어쩔 수 없는 과학선생이다.

박쥐를 한자로 편복( )이라 한단다.

복( )자가 행복을 뜻하는 복(福)자와 같은 음이라 하여 일찍부터 행복의 상징으로 여겨 다섯 마리의 박쥐를 그린 것이 오복(五福)을 상징한다는 이야기며 조류와 포유류 양쪽을 오가며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이야기 속의 박쥐 등, 수업 시간에도 박쥐가 나오면 할 이야기가 참으로 많아진다.

치통으로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남편이 정성을 다해 끓여 준 부추 북어국. 며칠 제대로 먹지 못해 허약해진 몸을 위해 담백한 북어와 두부를, 통증으로 떨어진 입맛을 돋우기 위해 부추를 넣어 끓였다는 북어국을 먹으면서 내가 참으로 많은 복을 누리며 사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 맛에 푹 빠져 4월 28일, 충무공과 같은 날 생일을 맞은 나는 생일에도 미역국 대신 북어국을 끓였다.

아직 남아 있는 통증을 뜨뜻한 국물로 달래면서 건강의 소중함과 내가 누리고 있는 복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일을 보내기 위해서.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

북어포 30g, 두부 1/2모, 무 2㎝ 1토막, 부추 40g, 다진 마늘, 참기름, 소금 약간

◇만들기=

①북어포는 먹기 좋게 잘라 찬물에 적셔 촉촉해지면 물기를 꼭 짠다.

마른 상태로 볶으면 타서 국물이 시원하지 않고 쓰다.

②무는 약간 도톰하게 썰고 부추는 5㎝ 정도로 썬다.

③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뜨거워지면 북어포와 다진 마늘을 넣어 볶는다.

④마늘 향이 나고 북어포 표면에 노릇한 색이 돌면 물을 부어 푹 끓인다.

⑤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면 두부를 썰어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⑥부추를 넣고 살짝 더 끓인 뒤 불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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