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런 인터넷 쇼핑몰 봤나요

김칼의 인터넷 쇼핑몰(www.kimkal.co.kr)은 아주 독특하다.

'모든 작품은 각 한점씩이며 추가 구입은 불가능하다', '실존 인물을 동기로 제작된 작품, 즉 실명이 부여된 작품은 본인 또는 해당 인물의 절대적 지지자 이외에 구입이 불가능하다', 가격도 기재돼 있지 않다….한마디로 '불친절한' 쇼핑몰이다.

방문객들은 '이런 쇼핑몰이 어디 있냐'며 금방 돌아나가려고 하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다.

이미지 복제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칼 인터넷 쇼핑몰의 운영자는 김혜진(23. 대구 동구 신서동)씨. 김씨와 그의 동료들이 판매하고 있는 것은 나무로 만든 수공예 액세서리이다.

목걸이, 귀걸이, 반지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품목이지만 이미지 복제가 넘쳐나는 인터넷 온라인 공간에서 김씨가 시도하고 있는 것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이미지'. 정확하게 말한다면 '한 사람을 위한 예술'이다.

김씨는 우선 김씨 주변 사람들을 모델로 해서, 그를 주제로 한 시와 이에 걸맞은 액세서리를 제작했다.

그 액세서리의 가격은 미정. 액세서리마다 김씨가 직접 쓴 시(詩) 한편씩이 붙어있다.

'한 사람만을 위한 액세서리'와 '그 사람을 위한 시'를 묶어 파는 셈이다.

그 액세서리의 가치만큼 돈을 내면 된단다.

'이런 쇼핑몰이 어딨어?'라고 말하기 쉽지만 김씨와 동료들에겐 진지한 시도이다.

김씨가 이런 쇼핑몰을 열게 된 것은 지난해 다녀온 인도여행이 계기가 됐다.

'인생은 계획대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인도에서 만난 외국인들을 보면서 점차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수년째 돈을 벌어가며 전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던 것. 김씨는 그곳에서 이탈리아 남성과 이스라엘 여성 부부를 만났다.

그들은 코코넛 열매 등 나무로 액세서리를 제작, 그것을 팔아 여행경비를 충당하고 있었다.

액세서리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지만 '손기술만 있으면 큰돈 없이도 여행을 할 수 있구나' 싶어 그 기술을 배워왔다.

나무 액세서리를 만드는 것은 간단하지만 많은 공이 들어간다.

코코넛 열매 또는 코코넛 나무로 모양을 만든 뒤 사포질을 하고 여기에다 코코넛 오일을 덧바르는 작업을 몇 차례 계속해야 한다.

이렇게 반지 하나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3~5일. 목걸이의 경우엔 일일이 구슬을 만들고 꿰어야 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함께 이 작업을 하고 있는 동료들도 인도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각자 소질대로 웹 디자인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액세서리를 만드는 친구들도 있다.

인터넷 쇼핑몰은 문을 연지 한달도 채 되지 않지만 알음알음으로 찾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들은 '자신만을 위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액세서리를 귀하게 여긴다고 했다.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후 의미를 부여한 작품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액세서리의 가격을 정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상품'만이 아닌 '가치'를 파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을 매길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가난한 사람이라도 그 액세서리가 꼭 갖고싶다면 단돈 천원에라도 그것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쇼핑몰 운영자들은 정작 돈버는 일엔 큰 관심이 없다.

단지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만큼만'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쇼핑몰을 운영하다가도 여행을 떠날 만큼의 돈만 모이면 의기투합해 어디론가 떠날지도 모른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2학년인 김씨는 인도에서 쓴 천여편의 시 가운데 70여편을 추려 최근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할리데이비슨 마니아'란 이 시에는 인도에서 완결성에 대한 부담없이 자유롭게 풀어놓은 김씨의 생각들을 읽을 수 있다.

"너무 많은 돈은 필요없어요. 여행을 막연히 꿈꾸고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 여행을 떠날 정도면 되죠. 덤으로 사람들은 자기 이름이 붙은 나무 반지를 갖게 되고. 멋있지 않나요?"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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