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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신문-과거제 실시로 새 姓 대거등장

최근 개경의 귀족들 중에 자신의 성(姓) 앞에 본관을 붙이는 귀족이 늘어나고 있다.

평산 신씨, 기계 유씨, 봉화 금씨, 남양 방씨 등 성씨 앞에 출신 지역을 붙여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성씨 앞에 출신지역을 붙여 본관을 밝히는 귀족들은 주로 과거를 통해 중앙에 진출한 지방 귀족들이다.

또 과거시험 실시로 이전까지 없던 성씨가 널리 보급되고 있다.

이는 이전까지 특별히 성을 가지지 않던 사람들도 과거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과 본관(출신지)을 밝혀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을 소개할 때 꼭 '해주 최씨 최복남'이라고 말하는 최복남씨는 "과거제 실시로 지방호족의 힘이 약화되면서 많은 지방호족들이 귀족지위 유지와 중앙진출을 위해 과거에 응시한다"며 "우리 집안은 해주에서 손꼽히는 집안이었지만 형과 아우들이 모두 과거를 통해 개경으로 옮기면서 성씨 앞에 해주라고 본관을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경상도 출신의 한 귀족은 "성종왕이 지방에 12목을 설치하고 지방관을 파견하는 등 중앙집권을 강화하고 있다"며 "과거에 응시하지 않고는 귀족으로서 지위를 누리기 힘들다고 판단해, 지방 호족의 자제들이 과거에 목을 매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집안은 경상도에서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집안'으로 독자적으로 작전을 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사병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중앙정부가 병기를 몰수하는 바람에 세력이 약화됐고, 어쩔 수 없이 과거에 응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방출신 귀족들의 대거 중앙진출과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앙집권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관 파견 정책을 쓰게 됐다"고 말하고 "지방관 파견정책을 도입하고 보니 대대적인 관리 보충이 필요해 과거제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광종때 도입된 과거제는 당시엔 8회에 걸쳐 33명의 관리를 채용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성종때에 이르러 14회에 걸쳐 119명의 관리가 과거를 통해 중앙에 진출하는 등 과거제가 점점 관리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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