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기업환경, 누구하나 애정어린 관심과 지원조차 없는 진흙같은 곳에서 진주를 찾아내고 있는 농공단지 입주업체들. 구미지역 수출 200억달러 달성 배후에는 이들 기업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있음을 놓치기 쉽다.
정작 국가공단에 입주한 중소업체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괄목할만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알짜배기 기업들에서 이들 농공단지의 기능과 역할은 더욱 빛난다.
구미시 고아읍 고아농공단지에 입주해 있는 선진산업(주)(대표 황세원)은 사무용 가구와 교육용 기자재를 생산하는 업체로 '무결점 제품으로 고객만족 제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
지난 1986년10월에 설립된 이 회사는 그동안 국민은행으로부터 유망중소기업에 선정되면서부터 지난해에는 한국표준협회의 KS대상 디자인부문상을 수상하는 등 이 분야 제일기업으로 우뚝 섰다.
이 업체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도 동종업계 최초로 금속제품 용접라인에 산업용 로보트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제품이 Q.GQ마크, IQNet를 획득하거나 우수제품으로 인증받고 ISO9001:2000 등 품질경영체제 인증도 획득했다.
황세원(黃世遠) 대표는 "고객들의 사후관리 요청시 즉시 처리하는 등 고객감동 기업윤리 실천으로 고객의 취향에 맞는 제품 생산에 노력해오고 있다"고 성공비결을 밝히고 있다.
이 곳의 또 다른 알짜기업인 탑 엔지니어링도 반도체 및 LCD장비를 생산하는 전문업체로 장비연구와 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96년 연구소를 설립해 30여명의 우수 연구인력을 보유, 96년 메모리 소자용 LOC(Lead On Chip) Die Bonder의 국산화 개발에 성공해 수입대체효과와 수출을 가능케 하고 2000년 이후 TFT-LCD 장비개발에 참여해 제5세대 LCD CELL 자동화 장치를 세계 최초로 검증 완료했으며 2002년에는 TFT-LCD 핵심장비인 Dispenser를 개발, 검증 완료하는 등 기술력에서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칠곡군 학상공업단지에 자리한 (주)공간 코리아(대표 정낙규)도 당초 냉난방설비와 공기조화설비, 위생 및 수 처리 등 기계설비공사로 시작해 국가단지의 LG전자.LG실트론 등 대기업과 공동으로 각종 설비를 수행하거나 협력관계를 통해 PDP.친환경대체에너지 사업 등으로 21세기 첨단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친환경대체에너지개발 연구소와 금오공대 BK21사업단이 공동으로 5년간 연구한 끝에 '태양축열식 지열원 냉난방 시스템' 개발에 성공, 21세기 대체에너지라는 평을 받으면서 언론과 기관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구미지역에는 국가단지를 끼고 고아를 비롯해 해평.산동 등 3곳에 농공단지가 조성돼 있다.
또 인근 칠곡의 학상.학하공업지구와 김천 아포농공단지 등 인근 지자체가 조성한 농공단지들도 대부분 국가단지 기업들과 1차, 2차 협력업체 관계를 유지하며 국가단지의 성장과 어깨를 나란히 해왔다.
일부 농공단지는 초기 대기업들과의 협력업체 관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심각한 운영난을 겪기도 했으며 또 다른 농공단지는 대기업들의 존폐에 따라 도산하거나 업종을 변경해야 하는 질곡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고아농공단지의 경우 LG 브라운관 공장 중국 이전과 오리온전기와 한국전자의 경영난 등 사양화하는 CRT계열 산업으로 많은 업체들이 업종을 변경하면서 숱한 근로자들이 직장을 떠났으며 산동농공단지는 장기 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화섬업계의 현실에 그대로 노출돼 입주업체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비운을 맞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농공단지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구미시도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는 등 활성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농공단지 입주 업체들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구미시는 그동안 총 274개 업체에 연리 5%의 중소기업운전자금 408억원을 융자해 기업살리기에 나서고 있으며 농공단지 제품 판로지원을 위해 제품전시관을 건립, 운영해 국내외 바이어들이 쉽게 제품들을 살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매년 해외시장 개척단을 파견하고 국제박람회 참가, 중소기업 해외지사화, 산학관 기술개발 컨소시엄 사업, 산업기술 지원단 운영, 현장 문제 해결 서포터스 운영 등 농공단지 기업 지원책을 펴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공단지 관리업무가 중소기업청에서 산업자원부로 이관되는 등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그 역할과 기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정책적.종합적 발전대책을 내놓기보다 기업경쟁력을 기업 스스로에게 떠넘기는 꼴이 되고 있다.
그러나 위의 사례에서처럼 몇몇 진주같은 회사들은 고객만족 제품 생산과 끊임없는 재투자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자신들만의 기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농공단지의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기업을 이끌고 있는 CEO들의 철저한 기업정신이 진흙속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진주 기업'으로 가꾸고 있는 것이다.
구미.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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