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는 요즘 과거 시험 열기가 대단하다.
과거 출신자 중에서 관료를 대부분 등용하는 정책 때문이다.
송나라는 가문에 상관없이 과거시험만 합격하면 관리로 출세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기회균등 제도이다.
여인들이 결혼할 때 오자등과(五子登科)라는 글귀를 새긴 청동거울을 준비해 오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과거 합격 염원을 담고 있다.
다섯 아들을 낳고 아들 모두가 과거에 합격하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시인 것이다.
이 같은 사회분위기 때문에 사대부 집안 남자들은 5세 때부터 과거 공부를 시작한다.
공부는 4서 5경(논어.맹자.대학.중용 및 시경.서경.주역.예기.춘추)을 달달 외우는 것. 4서 5경의 글자 수는 대략 43만자. 하루 100자씩 외워도 약 12년이 걸린다.
물론 단순히 외우기만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이해하고 조리 있게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시험은 지방에서 일단 1차 시험을 통과한 뒤 중앙에서 2차 시험을 본다.
2차 시험에서는 신언서판(身言書判) 즉 외모, 말씨, 글씨, 판단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런만큼 과거에 합격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 한유와 같은 대문호도 3번이나 과거에 떨어졌다.
과거 시험 합격이 힘들자 부정행위도 속출하고 있다.
속옷에 경전 문장을 깨알같이 써넣은 채 시험장에 입장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시험 중에 옆방 수험자와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시험 감독관을 매수해 기억나지 않는 문구의 실마리를 묻는 자들이 있다는 제보도 있다.
이는 마당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앉아 시험을 치르는 우리나라와 달리 송나라의 과거시험은 감독관이 감시하는 가운데 독방에 들어가 시험을 치르기 때문이다.
한편 과거제도가 처음 등장한 것은 587년으로 수나라 문제 때다.
지방귀족들의 기세를 꺾고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우리나라 고려가 광종때 과거제도를 도입한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수는 곧 멸망했고 과거제는 당나라로 이어졌지만 당의 관료는 귀족 반, 과거 출신 반으로 이뤄졌다.
같은 관료였지만 아무래도 힘의 우위는 귀족층이어서 당나라의 과거제도는 송에 비해 번성하지 못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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