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포럼-한미관계를 다시 생각한다

한미관계가 우리의 큰 걱정거리로 대두되었다.

한미관계를 걱정하게 되는 것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이 잘못 인식되고 있으며 잘못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우리의 안보와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했던 것에 대해서는 부인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와 미래에 미국이 우리의 국익에 얼마나 중요한지 구체적으로 검토해보지 않고 미국이 더 이상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남북관계가 진전됨에 따라서 한반도 현상유지 정책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입장이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조야에서 많아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제의 책임이 미국에 없는 것은 아니다.

남북관계에서 부시행정부가 핵문제 해법으로 북한을 정밀폭격한다는 등 대북강경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부담이 되고 있으며, 이라크 전쟁에 있어서 미국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방식의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도덕적 리더십이 실추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한미관계 자체에 대하여 너무 경솔하게 생각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많다.

무엇보다도, 우리와 이웃해 있는 중국, 러시아, 일본이 우리에게 행했던 침략적 행동을 감안할 때 과연 우리가 누구를 동맹국으로 선택해야 할지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우리는 중국, 러시아, 일본의 틈바구니에 끼여 있다.

중국으로부터, 일본으로부터, 그리고 러시아로부터 침략을 받기도 하고 주변국간의 전쟁의 전장이 되기도 하면서 무수하게 피해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거란족의 침입, 몽고족의 침입, 병자호란, 임진왜란, 가깝게는 6.25전쟁 등 수없이 많은 외침을 받아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한 외침이 중단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된지가 어언 반세기가 넘었는데 그것은 미군이 남한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 미국이 다소 우리에게 불편하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더 나은 대안이 없다.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키고자 하는 의도 등은 이미 우리에게 큰 긴장의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이 현재보다 경제와 군사력에서 더 강대국이 된다면 국경을 접하고 있는 한반도로서는 과거의 악몽이 되풀이 되지 않으리라고 보장하기 힘들다.

또한 자주국방은 이상적인 정책 목표이다.

그러나 우리가 완벽한 자주국방을 하기는 쉽지 않다.

핵을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일본이 이웃해 있는데 그들과 전략적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자주 국방력을 보유하기가 어찌 쉽겠는가. 그렇다면 대안은 한반도에 전략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우리와 동맹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미국과 동맹을 원만하게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나아가서 주한미군은 북한의 남침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세력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것은 과거, 현재와 더불어 미래에도 유효하며, 동북아의 세력균형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은 북한의 남침을 억제하기 위하여 존재했었다.

그런데 북한이 경제적으로 쇠퇴하여 남침의 능력이 약화되었다고 해서 미군의 존재 근거가 소멸된 것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우리 학계에서는 미국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의 세력 팽창에 대한 균형자적 역할을 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그 역할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또, 군사강국이면서 경제강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러시아, 경제강국이면서 군사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일본과 인접한 우리에게 가장 전략적인 동맹국이 될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라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영토적 야심이 없는 국가이면서도 한반도에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있고 국력이 막강하여 짧은 시간내에 한반도에 적정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나라와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상대적 약소국이면서 완충국인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다.

현재로서는 그 파트너가 바로 미국이다.

끝으로, 미국은 유일 초강국이어서 그 나라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은 우리의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인식을 하는 것이 국가이익에 기초한 전략적 사고이다.

이라크 전쟁을 가장 반대했던 바그다드 함락 직후 중국, 프랑스, 독일 마저도 현실을 인정하고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하여 태도변화를 했던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국익을 챙기는 강대국들의 논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반도 주변 강국에 대한 냉정한 현실 분석을 기초로 하여 볼 때 미국을 동맹국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는 지혜가 아쉬운 때이다.

서 재 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