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놀이'까지 생겼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간결한 문어체 대사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나는 너를 못 믿겠다' '실전에 쓸모가 있을까, 있다', '없다' '내가 잘근잘근 씹어 먹어 버렸으니까'… . 15년 동안 만두만 먹으며 사육당한 오대수(최민식)가 내뱉는 대사가 유치하면서도 귓전에 쨍하게 남는다.
'올드보이 놀이'는 그 대사를 패러디한 댓글 달기 놀이다.
'올드보이' 마니아들이 펼치는 오대수 대사 패러디 퍼레이드라고 할까. 댓글 달기가 머쓱하면 혀 잘린 오대수의 '어~버~버~' 로 대신하기도 한다.
이 놀이는 '올드보이'를 못 본 이들에겐 '허접'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올드보이' 마니아들에게는 오대수의 대사를 곱씹는 컬트적인 행위다.
칸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자 이 '놀이'가 훨씬 신이 났다.
'올드보이'는 B급 색채가 강한 장르영화다.
그래서 심사위원 대상 수상 소식에 반가움 보다 놀라움이 앞섰다.
물론 심사위원장인 타란티노 감독의 입김이 강했겠지만, 예술 취향의 칸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칸이나 베니스, 베를린 등 국제영화제의 한국 출품작은 대부분 예술적 취향으로 무장된 영화들이었다.
토속적인 정서에 동양주의가 가미되거나, 예술적 리얼리즘이 강한 작품들이었다.
그래서 국내 흥행에는 큰 빛을 보지 못한 '영화제용'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관객과 호흡하지 못하는 영화는 '반쪽이'다.
일본의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의 경우도 "서양인들의 구미에 맞는 영화제용 감독"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일본 국내에서 외면 받은 아키라 감독의 영화는 '일본 영화'가 아니라는 극언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번 칸영화제 수상작 '올드보이'는 상업영화이며 330만명을 동원해 흥행에도 성공했다.
무엇보다 '올드보이 놀이'처럼 관객들이 광적으로 좋아하는 '살아있는 영화'라는 점이다.
CF에도 패러디되면서 현재 한국영화의 흐름 속에 있는 영화이기에 이번 수상 소식은 더욱 반갑고 반가운 일이다.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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