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교육 대책 의미

26일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 2단계 대책'은 평준화 지역 학생들의 고교 선택권을 보장함으로써 고교간 경쟁을 촉진, 공교육을 내실화하겠다는 의도다.

EBS 수능방송이라는 단기 처방으로는 사교육의 뿌리를 뽑기 힘들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

교육부는 특성화고.자율학교.자립형 사립고 등을 확대한다는 방안도 함께 내놓았지만 이번 대책의 핵심은 일반계고의 선 지원 배정 비율 확대와 집중 이수과정 도입이다.

그러나 현장의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지는 미지수. 학생 선택권을 확실히 보장하기엔 교육 시설이 태부족이고 교사, 교원단체들의 저항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여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고교 선택권 확대

현행 평준화 체제는 선 지원 가운데 일부를 추첨 배정하고 나머지는 거주지별로 강제 배정하는 방식이다.

대구의 경우 4개교를 선 지원하고 학교별 정원의 40%를 여기서 우선 배정하고 있다.

여타 11개 평준화 시.도에서도 40~60% 범위에서 선 지원 배정한다.

교육부는 이를 최대 80%까지 늘리겠다는 것. 이렇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 비율이 높아져 학교 선택권을 한층 보장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학교 선택제를 실시, 고교간 경쟁을 유도해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미국, 일본 등의 사례를 본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고교 여건상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다.

광역시의 경우 지금도 학교 시설이 부족한 터에 특정 고교에 아무리 많은 학생이 지원한다고 해도 배정할 수 있는 인원은 제한돼 있다.

반대로 학생들의 지원이 거의 없는 학교도 정원을 채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이는 결국 특정 고교에 대한 선호도만 높여 서열화를 부추기고 배정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구에서는 40%를 선 지원에서 배정하는 현 상황에서도 학교간 지원율 차이가 크고 지원했던 특정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적잖은 실정.

대구의 한 고교 교장은 "지금도 중학생 학부모들이 고교 선호도나 배정 실태에 극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선 지원 비율을 높이면 학교 서열을 따지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수용 시설도 없는 상황에서 배정 비율만 높인다고 선택권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고 했다.

◇고교별 집중 이수과정 도입

교육부는 평준화 고교라도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특성화 학교를 많이 만들어 특기, 소질, 희망 진로에 맞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7차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춰 인문.사회.공학.과학.예체능 등의 과목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

그러나 이 역시 대학 입시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의약계열이나 법학, 상경 등의 학과에 진학하기 유리한 특성화 학교에는 학생들이 몰릴 것이므로 이 분야에 너도나도 특성화하겠다고 나설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인문, 공학 등의 분야를 집중적으로 가르치겠다는 학교가 과연 나오겠느냐는 것. 설사 특성화한다고 해도 지원 학생이 정원에 모자랄 경우 대안이 없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장명재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고교의 대학입시 과열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중학교까지 입시 경쟁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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